이재명, 막판 '부결' 호소 승부수 띄웠지만…정치 인생 최대 위기

대선 후보·당대표까지 입지 다졌으나 사법리스크 발목

'사실상 부결' 호소 자충수…구속 기로에 리더십 타격 불가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체포동의안 가결로 구속 기로에 놓였다. 기초·광역자치단체장부터 대선 후보, 제1야당 대표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이 대표가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어린 시절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등 흙수저 출신으로, 성남시장으로 활동할 때부터 '입지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두 번의 성남시장과 한 번의 경기도지사로 활동하면서 정치적 무게감을 늘려왔다.

대선 주자로는 19대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밀렸으나, 20대 때는 여당 대선 주자로 발돋움했다. 비록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패배했지만 국회의원과 제1야당 대표로 재기, 그간 부족했던 여의도 정치 경험을 쌓으며 당내 장악력 확보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행적에서 위례·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사법리스크'가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검찰은 이달까지 6차례 이 대표를 소환하며 수사를 벌였으며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검찰이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땐 체포동의안이 불발되며 영장실질심사를 면했으나, 이번에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인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이 대표는 구속 기로에 놓이게 됐다.

체포동의안 1차 표결 때에도 이 대표에게 있어선 아슬아슬한 결과였다. 당시 표결은 재석 297명 가운데 찬성 139명으로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인 정족수를 넘지 못하고 부결됐으나 찬성 표가 반대(138표)보다 많아 소위 '정치적 가결' 성적표를 받았다.

그간 각종 의혹에 대해 결백을 호소해온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본인의 사법리스크가 당을 위협한다는 당내 지적을 불식시키려는 시도로 평가됐다.

이후 당대표 취임 1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에 맞서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며 당내 결집을 시도했으나 단식 22일차인 이날(21일) 체포동의안은 재석 295명 중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대표는 입원 치료 중인 전날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 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부결을 호소하고, 이날에는 박광온 원내대표와의 대화에선 "통합적 당 운영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한다"고 밝히며 비명(비이재명)계를 다독였으나 먹히지 않았다.

이 대표의 단식 기간 중에 동정론과 함께 부결·기권·투표거부 등의 목소리가 나왔던 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부결' 요청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간 비명계를 중심으로 '공천 학살' 우려가 제기됐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게 되면서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민주당 내에서 상당수의 이탈표가 나온 것이 확실시되는 점까지 감안하면 당내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가결을 알리고 있다. 2023.9.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가결을 알리고 있다. 2023.9.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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