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서도 피하지 못한 '슬림화' 기조…정보경찰 400명 감축

'비대화' '방만 운영' 지적 나왔던 만큼 '슬림화' 불가피

"감축으로 경비경찰 업무 가중·실효성 의문"…비판론도

 

경찰이 정보경찰 400여명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정보경찰 '슬림화' 기조가 이어지는 셈이다. 경찰은 '순찰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의 하나로 이 같은 방안을 내놨다.


정보경찰은 과거 민간인 사찰·선거 개입 의혹에 휩싸여 폐지론에 휩싸인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정보경찰의 불필요한 기능이 많아 '슬림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이번 조직재편에서 인력 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도 우려도 적지 않다.


◇정보과 폐지→경비경찰 업무 가중?


경찰청이 18일 발표한 조직재편안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집회시위 수요를 근거로 일선 경찰서의 정보 기능을 권역별로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시도경찰청 단위로 집중해 '광역화'하겠다는 게 경찰의 방침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전국 경찰서 259곳 중 197곳 경찰서의 정보과를 권역별 64개 지역정보팀으로 운영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그 외 경찰서 62곳은 정보기능 현원과 업무가 유지될 전망이지만 추후 변동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서울의 경우 경찰서 31곳 중 절반가량인 15곳의 정보과가 사라진다. 집회시위가 많은 지역의 경찰서 정보과는 유지되고 그렇지 않으면 폐지되는 것이다.


경찰은 정보과가 폐지되는 경찰서 197곳의 집회신고 접수는 경비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경비경찰들 사이에서 "업무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경비경찰 업무가 집회 시위뿐 아니라 태풍·폭우·지진 같은 자연재해, 화재·교통사고·환경오염 사고 등 인재, 전염병 같은 재난까지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시도경찰청의 한 경비경찰은 "집회시위는 신고 단계가 가장 중요한데 경비경찰 인력 충원 없이 경찰서 197곳의 경비부서가 신고를 접수하는 것은 업무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무와 관리 기능 인력을 줄여 전국적으로 정보경찰 400여명을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날 경찰청 정보국장은 각 시도경찰청 정보과장 등이 참석한 화상 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고위 관계자도 "400명 감축 계획이 있는 것은 맞는다"고 했다. 다만 정보경찰 인력을 언제, 어느 곳으로 배치할지 등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다. 


시도경찰청의 정보부서 경찰은 "인원을 어떤 식으로 줄이겠다는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보경찰 감축은 총 9000명 이상의 순찰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경찰의 조직재편과 맞닿아 있다. 관리업무 위주의 부서를 통폐합해 확보한 내근 인력 2900명을 치안 현장으로 배치해 총인원 '9000명 이상'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이다. 


◇청장도 '정보통' 출신인데 '슬림화' 요구 왜 나올까


이런 조직재편 과정에서 정보경찰도 슬림화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정보경찰 슬림화 및 폐지 요구는 문재인 정부 시절 본격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경찰이 선거에 개입하거나 민간인을 사찰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보경찰은 2011년 11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야당 후보의 동향을 파악하고 시민단체 사찰과 선거 판세 분석 등 부적절한 정치 행보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016년 총선에도 개입하고 불법 사찰이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돼 파문이 일었다.


정보경찰은 과거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상시 출입하면서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다. 범죄 관련 첩보 활동도 했다. 집회 시위 관리 및 대응은 정보경찰의 주요 업무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경찰 내 대표적인 '정보통'이다.


정보경찰의 활동 및 직무범위는 경찰법 제3조 제4호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 제4호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법률적 근거로 삼았었다. 그러나 여기서 '치안정보'가 무엇인지 규정되지 않아 정보활동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었다.

 

결국 지난 정부에서 정당과 언론사, 종교시설, 민간기업을 출입하는 정보경찰의 활동이 중단됐다. 2019년 말 전국 정보경찰 수는 2985명으로 같은 해 상반기보다 약 11.2%감소했다. 


정보경찰은 '범죄 첩보활동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고 실질적으로는 집회 시위 관리 및 대응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조직 효율화를 위해 슬림화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정보분석을 담당하는 시도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업무 부담이 작지 않다는 목소리가 두드러진다"며 "범죄 첩보도 활성화하고 있다"가 반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보경찰이 경찰 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된 만큼 조직 효율화를 위한 인원 감축 및 슬림화는 불가피했다"고 했다.


시도경찰청의 다른 관계자는 "정보경찰이 사회와 경제 등 다양한 분야 활동을 하다가 조직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경찰서 정보과를 대거 폐지한 이번 재편에는 정보경찰에 제기된 비판적 시각까지 반영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원 감축은 불가피하더라도 정부의 '광역화' 방침이 효과로 이어질지 회의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시도경찰청 또 다른 관계자는 "과학수사처럼 정보 기능도 권역별로 통합한다는 게 조직재편의 주요 내용인데, 과학수사는 발생 사건을 권역별로 담당하고 있다"며 "반면 사전 정보 수집과 조율이 핵심인 정보 기능을 권역별로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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