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인데 계속 시럽형 해열제 처방"…약국 떠도는 부모에 약사도 '한숨'

약국가 "병원선 품귀 현상 모르고 시럽제로 계속 처방해 난감"

전문가 "성인용 약 대체 시 투약용량 조절 어려워 문제"

 

"병원에선 시럽형 해열제 품귀 현상을 모르니까 처방을 계속 하고 있어요. 약국은 제약회사랑 병원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죠"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역 일대에서 만난 70대 약사 한모씨는 이날도 급하게 해열제를 찾는 손님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환절기를 앞두고 독감·감기 환자는 늘어가는데 병원 처방전에 명시된 삼키기 쉬운 시럽 형태의 해열제는 이미 동난 상황이다. 이를 모르는 병원에선 계속 시럽형 해열제를 처방하고 부모들은 헛걸음을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씨는 "코로나19 때는 성인용 해열제가 공급부족이더니 올해는 어린이용 해열제, 시럽형태가 많이 부족하다"며 "어떤 엄마들은 병원 가서 가루약으로 바꿔 처방받는 경우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부모님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약국에 가보라고 한다"며 "집에 상비약 구비는 기본이지만 그게 없는 상황이다 보니 별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도 "요즘 어머니들은 빠른 시일내로 약을 써야 하다고 조금 비싸더라도 (시럽)병으로 된 약을 많이 구매한다"며 "병원에서도 병 포장 처방을 많이 해주는 편이라 공급이 부족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어린이 해열제를 만드는 주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에 이어 최근에는 조제용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성분 제품까지 줄줄이 품절로 주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성인약의 경우 대체제가 많지만 소아 청소년용은 시럽 형태가 아닌 경우 원활한 투약이 어렵다. 성인용 약으로 대체하려고 해도 용량 조절이 어려워 약사는 물론 영유아 부모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일부 약사들은 제약사들이 수요에 맞춰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씨는 "알약은 아이들이 삼키기 어려워서 제일 많이 찾는 게 아세트아미노펜인테 이게 (처방 안 받아도 살 수 있는)일반의약품이고 시럽 형태라 품귀 현상이 가장 심각하다"며 "제약회사에도 그렇고 도매상에도 요청해봤는데 없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품귀 현상이 지난 5월 어린이 해열제 점유율 1·2위 제품이 각각 갈변현상, 액체분리 현상이 나타나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재고가 바닥나고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B씨는 "저번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에 문제 있다고 싹 다 회수하고 나서 구색으로 대여섯개만 진열해놨다"며 "대신 이부프로펜도 있지만 아세트아미노펜보다 부작용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성인용 약으로 아이들에게 처방할 경우 용량조절이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학회 교수는 "알약의 경우 아이들은 삼키기 어렵고 가루약도 적정용량을 삼켜야 투여가 되는건데, 써서 삼키기를 어려워 해 흡수가 어렵다"며 "시럽제가 없으면 아이들에게 투약 자체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국, 제약회사, 병원 삼자간의 소통 문제보다는 정부와 공공기관에 묻고 싶은 문제"라며 "시중에 기본적인 약은 준비를 해놔야 하는데 정부가 협의체를 가동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약들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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