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김만배 허위 인터뷰' 전모, 대선개입으로 번지는 대장동

檢, 공소시효 6개월 지나 선거법 적용 어렵자 尹 명예훼손 적용 검토

신학림 해명에도 '대선 직전 보도' '책값 1억6500만원' 의문 남아

 

지난해 20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보도된 뉴스타파의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인터뷰 논란이 대선 정치공작 사건으로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도 5일 이 논란에 대해 "대장동 주범과 언노련 위원장이 합작한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정국을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 비리 의혹에 쏠린 시선을 돌리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공모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자를 비방하는 허위의 인터뷰를 대선 직전에 내보내기로 기획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에 총력을 쏟고 있다.


◇검찰, 선거법 적용 어렵자 尹명예훼손 혐의 적용 검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배임증재 부정청탁및 금품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애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죄 적용을 우선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인터뷰 보도가 지난해 3월에 보도돼 공직선거법 공소시효인 6개월이 이미 한참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죄 적용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기소가 가능하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에만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자가 대권을 두고 붙었던 20대 대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20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6일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는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이 2021년 9월15일 판교의 한 카페에서 나눈 대화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이 나를 찾아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했다"며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없어)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이후 조우형이 대검 중수부에서 윤석열(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을 만났으며, 박모 검사가 커피를 타 주면서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사건을 봐줬다"고 했다.


이재명 당시 후보는 해당 녹취록을 근거로 한 TV토론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 줬냐"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저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갖다 붙이려고 10년 전 것까지(꺼내 드냐)"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책값 1억6500만원 받고 인터뷰 후 6개월 지난 시점에 보도? 


검찰은 지난 1일 허위 인터뷰 의혹 관련 신 전 위원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김씨의 청탁을 받고 허위 인터뷰를 해주는 대가로 1억6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다. 배임수재와 부정청탁및 금품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신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의혹들을 직접 해명했다. 검찰이 영장에 적시하지 않은 300만원을 받은 것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자신이 받은 돈은 자신이 집필한 책을 김씨에게 판매하며 받은 금액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혹들에 대한 의구심만 더 커지게 만들었다.


가장 큰 의구심은 인터뷰 시기와 보도가 된 시점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신 전 위원장이 김씨를 인터뷰한 시점은 2021년 9월15일이다. 그러나 신 전 위원장이 뉴스타파에 김씨와 인터뷰를 한 녹취록이 있다고 알린 시기는 2021년 2월말이다. 그리고 신 전 위원장이 뉴스타파에 녹취록을 넘긴 날은 대선 5일 전인 2022년 3월4일이다. 6개월 가까운 시차가 난다.


이에 대해 신 전 위원장은 "보도를 목적으로 만난 것도 아니고, 진상은 언론이든 아니든 뉴스타파에 몸을 담고 있든 아니든 당연히 관심을 갖는 것"이라며 "2022년 2월 토론회 때 이재명 후보 공격에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일당이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믿느냐'고 해 제가 김씨에게 들은 게 있어서 '이건 아니지 않냐'고 생각해 제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김씨의 "대선 전 인터뷰를 보도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뉴스타파에 녹취록을 제보해 허위의 인터뷰 기사가 나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책값으로 지불했다는 1억6500만원도 의문이다. 판권이 포함되지 않은 책 3권에 대한 대가로는 지나치게 많은 액수라는 지적이다.


신 전 위원장은 김씨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김씨가 자신이 집필한 우리나라 기득권들의 혼인으로 맺어진 인맥을 다룬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3권을 사겠다고 해 부가가치세 300만원을 포함해 1억6500만원에 책을 팔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씨 입장에서는 (내 책이) 어마무시한(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데이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둘이 자연스럽게 책값을 정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출판업계에선 지나치게 고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이 한국 현대문학 작품 사상 최고가인 1억5100만원에 낙찰됐다. 이전 최고가 기록은 2015년 열린 한 경매에서 1억3500만원에 낙찰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초판본이다.


검찰은 허위 인터뷰를 해주는 대가를 책값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출판업계에서 1억5000만원이 넘는 돈을 준 사례가 한국 작가 중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언론재단을 만들고 이사장 자리에 신 전 위원장을 앉히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오는 7일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의 구속 연장 필요성이 있다며 재판부에 횡령 및 이해충돌방지법 혐의로 김씨의 구속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신 전 위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들 조사를 거친 뒤 김씨와 신 전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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