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교권을"…전국 12만명 눈물로 외쳤다

여의도 집회에만 5만명 운집…지역 집회에선 7만명 집결

연가·병가로 함께한 교사들…교대생·학부모도 추모 동참


서울 서이초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A교사의 49재인 4일, 전국 곳곳에서 추모 물결이 일었다. 전국 13개 시·도에서 열린 추모집회에는 총 12만명 이상의 교사·시민이 거리로 나섰다.

이날 서이초에는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추모를 위해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진행된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에는 고인의 유가족과 서이초 교직원 등 동료 교사, 교육계·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고인의 동료교사와 학교 후배는 고인을 향한 편지를 낭독했다.

서이초에 고인과 함께 발령받아 교직생활을 시작한 B교사는 편지를 낭독하기 위해 연단에 선 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B교사는 "어른이 돼 친구 하나 만들기 힘든 세상에서 너를 동기로 만나 행복했다"며 "슬픔과 고통은 잊고 편히 눈 감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이 부총리도 "소중한 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실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표정을 찡그리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선생님들이 어려움을 홀로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재량휴업에 들어간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 있다.2023.9.4/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재량휴업에 들어간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 있다.2023.9.4/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재량휴업과 연가·병가를 통한 '공교육 멈춤'도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일부 학부모는 '선생님들의 행보를 지지한다'며 자발적으로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날 전국 초등학교(6286개교)의 0.6%에 해당하는 38개 학교가 임시휴업했다.

임시휴업 학교는 소수에 그쳤지만 단축수업 등 교육과정·수업 운영 방법을 바꾼 학교들도 있었다. 이들 학교는 교사들의 출근 여부를 확인한 뒤 등교 직전, 혹은 등교 이후 오전 중에야 뒤늦게 단축수업, 합반, 학년 통합 등 수업 운영 방식 변경을 공지했다.

일부 초등학교는 정상 수업이 불가능해 등교 직후 학생들을 하교시키기도 했다.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혀왔던 교육부는 이날 당장 연가·병가를 낸 교원 수를 집계하지는 않기로 했다. 다만 일부 교육청에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전남에서는 교사 670명, 제주에서는 194명이 연가·병가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추모식과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도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오후 4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교사들의 자발적 추모 모임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가 주도하는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명이 추모의 뜻으로 검은 옷을 입고 모였다.

이들은 서이초 교사 사망 진상규명과 교원보호 입법발의 공동안 의결,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 등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여의도 집회를 포함해 이날 13개 시·도에서 집회에 참여한 인원을 합쳐 총 12만명이 집결했다고 추산했다.

지역별로 △광주·전남 5000명 △경남 4000명 △부산 1500명 △울산 1500명 △전북 1000명 등 각지에서 교사들이 운집해 추모 집회를 열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2023.9.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공교육 멈춤의 날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2023.9.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A교사의 모교인 서울교대를 포함해 7개 교육대학도 동시다발 학내 추모집회를 열었다.

서울교대는 오후 7시부터 교내 운동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진행했다. 현장에 모인 서울교대 학생 600명(주최 측 추산)들은 촛불을 흔들며 동료·선배 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과 교권 보호를 위한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일부 참가자가 발언 중 눈물을 참지 못하자 격려의 박수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은 "교사에게 교권을, 학생에게 학습권을", "교육부는 안전한 교육환경 요구하는 교사 탄압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촛불 집회를 이어갔다.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 전직 회장인 C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비보도 전해졌다. 경찰은 C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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