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北반발…한미정상회담 앞두고 고심 커지는 문대통령

靑 "싱가포르 합의 계승 긍정적"…구체적 방법론 모호 지적도

대남·대미 비난한 北, 낙관론과 우려 병존…쿼드 변수 가능성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북한이 대남 및 대미 경고성 담화를 잇달아 발표한 가운데,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토대로 남은 임기 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현지시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용적·단계적 접근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과 단계적인 합의를 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대북정책은 북미 기존 합의인 싱가포르 합의 토대 위에 수립될 거라고 전했다.

그간 문 대통령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이 담긴 2018년 싱가포르 합의가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승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대화 협상을 해나간다면 좀 더 속도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면 미국이 상응하는 보상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하지만 미국이 원칙만 제시했을 뿐 각론을 내놓지 않아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미국이 우리 정부에 '쿼드' 가입 요구를 할 경우 대중 의존도가 높은 정부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전날(2일) 오전 담화 3개를 잇달아 내놓으며 공통적으로 대남·대미를 향해 모두 '상응한 조치'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우선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노동신문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도발'로 규정하며 이를 통제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고,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제기한 북한인권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공식 언급을 자제하는 한편,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김 부부장의 담화 등에 대한 의도를 분석하면서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 중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북한의 담화를 두고 북미 및 남북관계에 미칠 우려와 낙관이 동시에 거론된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북한이 한미에 동시에 '상응조치'를 언급한 점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북한은 김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부장의 연이은 담화를 통해 순항 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행동에 나섰다.

아울러 북한이 같은날 담화로 한미 양국을 동시 겨냥한 만큼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북한의 신경전 성격 아니겠느냐는 낙관론도 있다.

특히, 북한의 담화에서 대남·대미 경고 주체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선 김 부부장이 직접 나섰지만, 미국에 대해선 실무급이 나서 반전의 여지를 두었다. 또 김 부부장의 담화가 노동신문에 실린 데 반해 외무성의 대미 담화는 게재되지 않은 것은 미국에 대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SNS를 통해 이 같은 담화방식을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북한 외무성의 담화를 통해 김정은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한미 정상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동기를 줄 수 있느냐에 따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운명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문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할 수 있도록 상황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대북 전단을 살포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와 관련, '남북관계발전법'의 입법 취지에 맞도록 법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당근책을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한 방송에서 북한 담화에 대해 "우리의 대북정책은 적대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궁극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북한을 달랬다.

한편, 일각에선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대중 견제 전략의 하위 개념으로 남을 경우 우리 정부에 대한 '쿼드' 가입 압박이 거세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도 이에 대해선 여러 차례 신중한 모습을 보여 왔다. 최근에는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가 정상회담 의제로 결정됐다'는 관측에 대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개방성·포용성·투명성 등 우리의 협력 원칙에 부합하고 국익, 지역, 글로벌 평화협력, 번영에 기여하면 어떠한 것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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