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 진료 날입니다"…눈물바다 된 서울백병원

떠나는 직원 남는 직원 모두 아쉬움에 눈물

간호사·사무직 등 뿔뿔이 흩어지거나 사직

 

83년이라는 역사를 뒤로하고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31일 진료를 종료했다.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직원과 남는 직원 모두 서로를 위로했다.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을 비롯한 교직원 일동은 이날 병원 폐원 무효와 강제전보 취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교직원들은 "여전히 서울백병원 폐원을 인정할 수 없으며, 폐원 결정과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과 부정에 관련된 자들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담담히 결의문을 읽고 들은 교직원들은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지막 진료를 받고 떠나는 환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건네는 사이, 결의문을 낭독하는 자리는 눈물바다가 됐다. 


결의문 낭독이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 마지막 사진과 인사를 건네는 교직원들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억울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이들은 서로서로 포옹하며 "잘 지내라", "건강해라" 등의 이별 인사도 나눴다.


오랜 기간 동안 서울백병원을 다녔다는 한 환자는 교직원들을 상대로 손수 마련한 떡을 나눠주기도 했다.


지하 1층 구내식당 직원들은 마지막 날이라는 점을 못내 아쉬워하며 특식으로 갈비탕을 준비했다. 이날 구내식당을 찾은 직원은 모두 197명, 함께 점심을 같이 하며 서로에게 "고생 많으셨다"고 위로를 건넸다. 또 서울백병원의 마지막 환자가 될 수도 있는 남은 입원 환자도 이날 식당 직원들이 마련한 병원 식사를 마치고 오후 퇴원 수속을 마무리했다. 


구내식당 직원 A씨는 "'구내식당 밥이 정말 맛있다'는 칭찬이 내 자부심이었다"며 "20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이런 식으로 떠나려니 허무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인제학원 재단본부 측과 교직원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백병원 사무직과 간호직 등 직원 약 400명의 인원이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으로 일괄 전보됐다.


이 가운데 70% 이상의 인원은 부산행이 결정됐다. 전보 조치가 발표되기 전, 혹은 발표가 난 후 사직서를 낸 직원도 상당수다. 특히 육아와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부산으로 내려가라는 재단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교수(의사)들의 근무지는 아직 결정나지 않아 당장 다음 날부터 빈 병원으로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 전보를 받고도 서울백병원에 남기로 한 직원들도 그대로 출근한다.


교직원들은 "법인은 자신들이 통보한 진료종료일을 이틀 앞둔 29일 자로 전보 발령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은 직원들까지 강제 전보 발령을 냈다"며 "전보자는 각 병원에 소집하도록 압박하고 있으며 소집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서울백병원에 남겠다고 다짐한 직원들은 출근을 계속하며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혀 재단과 교직원들의 갈등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9월 중순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정되는 가처분 결과도 향후 폐원 과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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