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총동창회 "홍범도 흉상, 공감대 없이 설치… 부적절 의견 많았다"

"정쟁 아닌 바람직한 생도 교육 관점서 재배치 결정해야"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육사 교내의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 없이" 설치됐다며 사실상 그 이전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육사총동창회는 29일 '육사 영내 특정 인물 흉상 재배치에 대한 입장문'에서 "2018년 육사 영내 조형물 설치시 홍 장군이 (옛) 소련으로 넘어간 독립군 무장해제 과정에서 많은 독립군이 희생된 '자유시 참변' 재판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소련군 편입 등 행적이 밝혀져 흉상 배치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총동창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장군 흉상 설치가 충분한 공감대 없이 강행됐고, 지금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정쟁(政爭)들은 육사를 쟁점화하는 걸 넘어 장병들의 정신적 태세에 혼란을 주고 심지어 국가안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나쁜 행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총동창회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흉상·조형물 재배치 문제는 육사가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올바른 역사관과 바람직한 사관생도 교육의 관점에서 고려해 판단하고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를 위한 3개 기준을 제시했다.

총동창회는 먼저 "77년 역사와 전통 속에 육사는 수많은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를 배출했다"며 "한국전쟁(6·25전쟁) 등 국가 누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선열들에 대한 선양과 보훈 활동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동창회는 또 "역사적 평가가 상반되는 인물에 대한 조형물 배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특히 6·25전쟁을 일으키고 사주한 북한군, 중공군, 소련군 등에 종사하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한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 인물이 포함돼선 안 된다. 이런 인물의 흉상에 육사 생도들이 거수경례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총동창회의 이 같은 의견은 홍 장군 흉상을 육사 교내보다는 '독립운동 업적이 가장 잘 선양될 수 있도록 독립기념관에 모시겠다'는 국방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총동창회는 "육사는 교내 시설물·조형물 재배치 과정에서 정쟁의 대상 여부를 떠나 오로지 호국간성 양성이란 육사의 정체성과 사관생도 교육 훈련 목적에 부합되게 결정하길 바란다"며 "육사의 문제는 육사가 지혜롭게 조치하도록 성원하고 지켜볼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총동창회는 또 "'팩트'는 하나인데 생각과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상호 비방하고 폄훼하는 등 정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이 국가안보와 관련한 사안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육사는 학교종합발전계획에 따른 교내 기념물 재정비 차원에서 생도 교육시설 '충무관' 앞에 설치돼 있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 등 일제강점기 시기 무장독립운동을 폈던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교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흉상은 지난 2018년 '3·1절' 제99주년을 맞아 우리 군 장병들이 사용한 5.56㎜ 소총 5만발 분량의 탄피 300kg을 녹여서 만들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전날 오후 홍 장군의 1920년대 당시 소련 공산당 입당과 '자유시 참변' 가담 정황 등을 이유로 "홍 장군 흉상을 육사에 설치해 기념하는 건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는 현재 서울 용산구 청사 앞에 설치돼 있는 홍 장군 흉상 또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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