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사망 한달…계속되는 의혹 제기 본질은 '이것'

실제 '범죄 혐의'로 특정할 학부모 '갑질' 있었는지가 '핵심'
"학부모 직업 경찰"…"충분히 압박감"vs"폭언·모욕 없었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갑질 의혹을 받던 '연필 사건' 학생 학부모의 직업이 경찰로 드러나면서 새로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해당 학부모 등 4명이 최근 검찰에 고발되면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경찰 수사는 학부모가 범죄 혐의로 규정할 만한 '갑질'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폭언이나 물리적 위협 등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학부모가 경찰이라는 지위 또는 직업을 앞세워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압박을 교사에게 행사했는지가 집중 규명 대상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와 교사가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던 '연필 사건' 당시 어떤 발언과 메시지가 오갔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전"…몇 가지 확인된 '사실'

25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A교사가 극단선택으로 숨진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사건 실체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 사이 '외압설' '학부모 고위공직자설' 등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앞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학부모 4명을 조사했지만 현재까지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은 "최종 수사 결과는 아니다"며 확대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경찰과 교육당국, 노조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몇 가지 '사실'은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A교사와 학부모가 연필사건 이후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점이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한 학생이 자기 가방을 연필로 찌르려는 학생을 막다가 이마에 상처를 입은 일이다.

피해학생 학부모는 해당 사건을 인지한 후 A교사의 하이톡(교사 업무용 메신저)에 "통화를 원한다"는 문자를 남겼다. 그러자 A교사가 직접 '개인 휴대전화'로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이후 A교사는 '업무용 휴대전화'로 가해학생 어머니 B씨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고인이 먼저 업무용 휴대전화로 경찰관인 B씨에게 전화해 연필 사건을 알렸다. 이후 B씨는 경위를 확인한 후 앞서 걸려 온 교사의 업무용 휴대전화로 연락했다. B씨는 연필사건과 관련해 A교사에게 총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통화했는데, "피해학생 부모에게 사과해야겠다"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사과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이 "(연필사건 당시) 학부모가 먼저 고인의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경위에 근거한 내용이다. 사건 초기만 해도 연필사건 학부모들이 A교사의 개인 휴대폰으로 먼저 연락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자신이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개인 휴대폰으로 먼저 전화를 건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A교사가 불안감에 시달렸을 것이란 의혹이 그간 제기됐었다.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7.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7.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또 한가지 '주요 사실'은 가해학생 학부모가 A교사와 통화한 후 밤에 장문의 문자를 A교사에게 보냈다는 점이다.

B씨는 사건 당일 12일 오후 9시쯤 연필 사건의 개요를 4단계로 구성해 "아이에게서 들은 내용과 선생님께서 확인하신 내용이 동일한지 여쭙는다"는 취지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늦은 시간 연락드려 죄송하다" 등 양해를 구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A교사는 다음 날 오전 9시쯤 하이톡으로 가해 학생 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만나 직접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후 피해 학생 어머니로부터 "아이가 아파 등교가 어렵다"는 '학교 내선 전화'를 받는다. 이에 A교사는 가해 학생 어머니인 B씨에게 "피해 학생이 오늘 등교를 하지 않아, 당장 확인이 어렵다"는 하이톡을 보냈다.

이후 가해 학생 학부모는 고인에게 "살짝 억울한 면이 있다" "아이 평판이 걱정된다"는 취지의 하이톡을 보냈다. 다만 이때도 "수업 중에 죄송하다. 끝나고 천천히 연락 부탁드린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교사는 피해 학생 학부모와도 하이톡을 주고 받으며 중재에 나섰으나 잘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학교 측과 가해 학생 학부모, 피해 학생 학부모의 3자 대면 자리가 마련됐다. 당시 가해 학생 측에선 검찰 수사관인 아버지가 참석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 TV와 동료 교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면담은 20분간 진행됐으며 큰 문제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쟁점은 '실제 갑질' 또는 '교권침해'인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A교사가 연필사건으로 '업무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당국도 "A교사가 학부모 민원으로 불안감을 느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교육청 조사단도 "연필사건 이후 학부모와 수차례 통화했는데 '학부모가 통화에서 엄청 화를 냈다'는 동료 교원의 진술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A교사는 연필사건 이전 가해학생 학부모의 직업이 '경찰'임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이 'A교사가 충분히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보는 이유다. 

주목할 것은 '업무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과 '실제 학부모 갑질이 있었는지'는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요컨대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로 보고 학부모를 형사 처벌해야 할 만큼 '갑질'이었는가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현재까지는 연필사건 관련 학부모의 폭력적 또는 모욕적인 언행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 학생 부모인) B씨는 연필사건 당시인 7월12~13일 A교사와 연락하던 중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B씨의 계급을 고려하면 갑질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수사 대상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학부모의 교권 침해 여부도 중요하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발간한 '2022년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에 따르면 '보호자가 교사에게 하루에도 수차례 수시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자녀의 수업 상황을 매시간 보고하라고 연락하는 등 교사의 업무나 수업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경우'를 교권 침해 사례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 © News1 이비슬 기자
서울 서초경찰서 © News1 이비슬 기자

다만 교육기본법 13조에는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만큼, 해당 학부모의 의견 제시가 과도했는지는 살펴볼 대목이다. 연필사건과 관련해 학부모와 A교사 간 문자의 일부 내용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맥락을 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할 것"이라며 "여러 정황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