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 전기차' 만드는 현대차의 그림…"벤틀리·포르쉐처럼"

올해 말 싱가포르혁신센터 준공식 예정…주문 맞춤형 전기차 생산

인도·호주에도 수출 용이…"동남아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선점"


미국·유럽 선진 시장에서 '가성비' 브랜드로 이름을 높였던 현대자동차(005380)가 전기차 시장의 확대에 맞춰 동남아 시장에서는 '맞춤형·고급화' 전략을 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말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의 준공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HMGICS는 싱가포르 주롱 혁신단지에 위치한 부지 4만4000㎡(1만3000평), 건축면적 2만8000㎡(8500평), 지상 7층 규모의 스마트 공장 겸 개방형 연구개발 기지다. 2020년 10월 공사를 시작해 당초에는 지난해 말 완공 예정이었지만, 준공식은 올해 말로 늦춰졌다. 

HMGICS는 인공지능·로봇틱스·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고도로 자동화된 지능형 제조 플랫폼을 갖췄다. 이를 통해 기존 대량생산 체계의 자동차 공장이 아닌 고객 중심의 주문 맞춤형 생산을 추구한다.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이 가능한데, 비교적 작은 규모의 현대차 아산 공장(최대 연산 30만대)과 비교하면 10분의 1 규모다. 

다품종 소량 맟춤형 생산 방식은 자동차 업계의 고급화 전략 중 하나다. 롤스로이스·벤틀리 등은 차량의 주문 단계에서부터 맞춤형 서비스인 '비스포크'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로보틱스 기술로 이뤄진 자동화가 더해져 적은 생산 비용으로 고급화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HMGICS가 부품 조립 소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차 전용 공장인 점도 이 같은 전략에 힘을 보탠다. 

HMGICS에서는 올해 상반기 아이오닉5 100대를 시험 생산했는데, 최초 생산한 100대에는 번호판에 대한 경매를 진행해 '한정판'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업계에선 제네시스의 '오픈카' 엑스 컨버터블 시리즈를 싱가포르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과거 현대차는 미국·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으로 진출하면서 '가성비' 전략을 폈다. 대중브랜드 자동차지만, 프리미엄 차종에 들어가는 편의기능을 탑재하면서 판매량을 높였고, 이제는 글로벌 3위 수준의 완성차 업체가 됐다.

동남아·인도 시장 등에서도 엑센트·크레타·베뉴·i10 등 작은 크기의 가성비 차량이 첨병이었다. 그러나 급부상하는 전기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어 자신감이 붙은 현대차는 이제 '퍼스트 무버'를 외치며 고급화 전략을 펴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에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많고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소득이 높아 맞춤형 전기차의 테스트 베드 역할이 가능하다. 동남아와 인도, 호주·뉴질랜드까지도 인접해 수출도 용이하다. HMGICS는 연구개발 기능도 겸하고 있어, 가능성을 보인 차량의 생산 시스템을 다른 글로벌 공장에 이식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동남아 시장은 인구가 6억이 넘는 커다란 시장"이라며 "현대차가 전기차 부문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타이밍이기 때문에 동남아의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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