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영웅' 정율성 공원 놓고 보훈장관 vs 광주시장 설전

박민식 "자유 대한민국 무너뜨리기에 앞장… 전면 철회해야"

강기정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 찾아와… '적대 정치'는 그만"


올 연말까지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정뤼청·1914~1976)을 기념하는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광주광역시의 사업계획을 놓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2일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강기정 광주시장은 사업 강행 의사를 밝히며 양측이 한바탕 설전을 치렀다.

박 장관은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48억원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인가'란 글에서 "이미 광주엔 '정율성로'도 있고 '정율성 생가'도 보존돼 있다. 음악제나 고향집 복원 등에도 많은 세금을 썼는데, 안중근·윤봉길도 못 누리는 호사를 누려야 할 만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느냐"고 밝혔다.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오월의 노래(1936년)' '팔로군 행진곡(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1939년)' 등을 작곡했다.

1945년 광복 뒤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구락부장·협주단장 등으로 활동하며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한 그는 한국전쟁(6·25전쟁) 시기엔 중국 인민지원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활동을 했으며, 1956년 이른바 '8월 종파사건'을 계기로 중국에 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율성은 2009년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선정한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2023.8.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2023.8.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박 장관은 이 같은 정율성의 행적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게 아니다. 그가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곡은 한국전쟁 내내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율성 공원 계획에 대해서도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기념공원을 짓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선 그를 우리 국민 세금으로 기념한다는 건 '5·18묘역'에 잠들어계신 민주주의 투사들을 욕보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보훈부 장관으로서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우리 국민 세금으로 기념하려 하는 광주시의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전면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자 강 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2가지 색깔, '적과 나'로만 보인다"며 박 장관 주장에 반론을 폈다.

강기정 광주시장.(광주시 제공)2023.8.22/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광주시 제공)2023.8.22/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강 시장은 이날 '광주는 정율성 역사공원에 투자합니다'는 글에서 "그(정율성)의 뛰어난 음악가로서 업적 덕분에 광주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정 선생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았다"며 "나와 다른 모두에게 등을 돌리는 '적대 정치'는 이제 그만하고 다른 것,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반기는 '우정의 정치'를 시작하자"고 적기도 했다.

이에 박 장관 또한 재차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고? 돈이 되는 일이면 국가정체성이고 뭐고 필요 없단 말인가"라며 강 시장 주장을 반박하며 논쟁을 이어갔다.

박 장관은 특히 "그렇게 (정율성을) 기념하고 싶으면 민간 모금을 하든, 민간 투자를 받든 (해서) 국민 혈세는 손대지 말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는 "그런 반국가적 인물을 기념하라고 지방 정부가 있는 게 아니다"며 "이런 걸 '적대의 정치'가 아니라, '상식의 정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