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해병 수사단장 측 "'외압' 통화 녹취 없지만 들은 사람 있어"

"상황 공유 차원서 부하 2명이 스피커폰 통화 내용 같이 들어"

 

고(故) 채모 상병 사망사고 처리 문제를 놓고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관련 통화 내용 녹취는 없지만 일부 통화 내용을 함께 들은 부하들이 있다고 17일 밝혔다.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취재진이) 가장 궁금해 하는 박 대령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간 통화의 직접적인 녹취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박 대령 측은 이달 1일 오후 4시7분쯤 경기도 화성 소재 해병대사령부 내 해병대 수사단 중앙수사대장 집무실에서 이뤄진 박 대령과 유 관리관의 통화 내용을 중앙수사대장과 수사대 지도관이 스피커폰으로 함께 들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박 대령은 당시 스피커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이미 3~4차례 전화를 받았고 사령관실에 수시로 불려 다니며 회의를 해 이런 문제를 (부하들과) 함께 상의하던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령은 "(당시) 사령관실에서 다소 언성을 높여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다음 (부하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던 중 법무관리관에게 전화했고, 상황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스피커폰으로 같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에 대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 보고한 뒤 이달 2일 관련 자료를 민간 경찰에 인계했다가 보직 해임과 함께 '항명'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됐다.

이 장관이 지난달 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관련 자료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는데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단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깃발. 2021.6.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국방부 깃발. 2021.6.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그러나 박 대령은 이 장관 보고 뒤 채 상병 사고 관련 자료를 경찰에 보낼 때까지 '이첩 보류'를 명시적으로 지시받은 적 없고, 오히려 유 관리관으로부터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만 혐의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 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 내용을 직접 보지 못한 상태에서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령과 유 관리관 간의 통화 녹취 존재 여부가 양측 주장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돼왔다. 박 대령과 유 관리관은 지난달 31일 이후 최소 5차례 통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령 측이 관련 녹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향후 국방부 검찰단 수사에선 유 관리관과의 통화 내용을 함께 들었다는 부하들 진술이 혐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단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은 이미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와 관련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 보고서엔 '임성근 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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