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화’ 한달여 앞인데…벌써부터 실효성 논란 왜?

환자·보호자가 수술 전 요청해야 촬영…찍힌 사람들 동의해야 시청

복지부 "실태조사 계획 아직 없어"…의협, 헌법소원 거론하며 반발

 

수술실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 요청하에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 의료법 개정안, 일명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오는 9월 25일부터 시행되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설치·설명 의무가 있는 의료계가 시행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설치 의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보건복지부도 아직 시행 후 실태조사를 고려하고 있지 않아 몇 군데가 달아놓을지도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는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등 맞서고 있다.


◇환자·보호자 요청 시 촬영…거부 사유는 6가지


복지부는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시행 적용 범위'를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병원협회 등에 안내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로부터 '환자 의식이 없을 때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와 '수술실과 수술실 밖'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 안내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선 환자나 보호자 요청이 있을 때, 수술실에 설치된 CCTV로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의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 여기서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는 "전신마취 또는 수면마취 등 수술을 하는 동안 환자가 상황을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복지부가 지난 3월 입법 예고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보면 병원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수술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가 알 수 있도록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설명, 안내해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마취가 될 때부터 환자가 수술실을 나갈 때까지 촬영한다. 의료인이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6가지로 응급환자 수술,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자 수술,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서 정한 전문진료질병군 수술 등이 담겼다.


지도전문의가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다만 판단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수술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 촬영을 요청한 경우, 천재지변·통신 장애·사이버 공격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도 포함됐다.


촬영과 별도로 녹음도 요청할 수 있으나 녹음은 수술에 참여하는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촬영 또는 녹음까지 된 영상은 수사기관 및 법원,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서를 제출하면 촬영된 사람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볼 수 있다. 1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동의하지 않았다면 병원은 그 이유를 열람 요청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밖에 CCTV 설치 또는 촬영 의무를 위반한 의료기관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촬영된 영상과 정보를 유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의협 "헌법소원 제기 예정"…복지부 "9월 변함없이 시행, 실태조사 미정"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의료사고 증명 책임 명확화, 대리 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 안전하게 수술받을 환자의 권리 등을 이유로 마련됐다. 그러나 수술실 CCTV가 시행 초기 몇 군데에 설치됐을지 알기 힘들뿐더러 설치가 돼 있더라도 실제 촬영, 열람까진 쉽지 않아 보인다.


의무화를 두 달여 앞둔 지난 7월 21일 대한의사협회는 △필수 의료 붕괴 가속화 초래 및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에 대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예상돼 헌법소원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청구인을 모집 중이고, 모집되는 대로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9월에 변함없이 시행될 것"이라면서도 "설치와 촬영 의무 위반에 대한 실태조사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내용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계, 환자단체,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관련된 논의를 이어왔다. 특히 의료계가 제기하는 질의와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안내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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