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두고 쉬는날 벽돌공으로 일합니다"…투잡 내몰린 청년들

불안정·저소득에 투잡 청년 5년 전보다 67% 증가

고용의질 안좋아 투잡 많아…"두 일 하느라 피곤"

 

"투잡으로 월 500 벌어요."


올해 연말 결혼을 앞둔 4년차 직장인 이모씨(32)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지난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자회사에서 4교대로 일하는 이씨는 올 초부터 비번일 때 담장에 벽돌 끼우는 부업을 하고 있다. 


이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자회사 월급 280만원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며 "나도 사람인지라 쉬고 싶지만 결혼식 비용과 주거비용 등 돈 쓸 곳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결혼을 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기 때문에 두 가지 일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며 "헛된 꿈인지 알지만 로또라도 당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부업에 나서는 젊은이가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6월 기준 부업에 나선 15~29세 연령층은 6만1000명으로 작년 6월(4만6000명)보다 32%, 5년 전인 2018년보다 66.8%나 증가했다. 연령층을 15~39세로 확대해도 14만2000명으로 작년 11만9200명보다 18.7%, 5년 전보다 59.1% 늘었다. 


투잡을 취미로 하는 사례도 가끔 있지만 불안정한 일자리, 적은 월급에 반강제적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씨는 "나처럼 부모 도움을 받지 못하면 회사 월급만으로 서울에서 가정을 꾸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일상생활 못해"…겸업할 수밖에 없어


서울 동작구 소재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근무하는 박모씨(30)는 계약조건상 주 근무시간이 36시간이 채 안된다. "트레이너 일만으로 월 200만원을 못 벌 때가 있다"는 박씨는 나머지 시간에 블로그 쇼핑몰을 운영하며 돈을 번다.


박씨는 "두 일을 하면 몸이 힘들지만 수입은 확실히 더 좋다"며 "쇼핑몰 운영이 안정되면 트레이너 일은 접을 생각"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씨처럼 취업 시간이 36시간이 안돼 추가 취업을 희망하거나 실제 추가 취업이 가능한 사람이 코로나19 이전보다 20% 이상 늘었다. 고용률이 양호할지 몰라도 청년이 만족할 소득 수준의 일자리가 모자라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겉으로 보이는 고용률은 나쁘지 않지만 고용의 질 이 좋지 않다"며 "조선업 등 일부 업종이 청년 고용을 희망하지만 막상 청년은 서울에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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