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모두 이상민 탄핵 '기각'…"헌법상 의무 위반 없어"

사전예방·사후재난대응·사후 발언 모두 "탄핵사유 아냐"

167일만에 업무 복귀…참사 유가족, 말없이 재판정 떠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문제로 탄핵심판을 받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파면을 면하게 되면서 즉시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때로부터는 167일 만이다. 국회는 지난 2월8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의결했고, 소추안은 다음날(2월9일) 헌재에 접수됐다.

이 장관은 참사와 관련해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대응 △사후 발언이 부적절하단 이유로 탄핵심판대에 올랐는데 헌재는 3가지 모두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사전 예방조치와 사후 재난대응 면에서는 "헌법을 비롯해 재난안전법, 재난안전통신망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모두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이태원 참사 원인과 골든타임 등 일부 이 장관의 당시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앞서 이 장관은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면서도 재난안전관리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되지 않았고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이 장관이 재난·안전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의 장이므로 일상적이고 개방된 공간에서 발생한 사회재난과 그에 따른 인명 피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이 대규모 재난의 대응과 관련한 비판을 수용하고 대응 과정에서 미흡함을 반성해 정부의 재난대응 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로 피해자와 유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진정한 회복을 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국가기관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공동취재) 2023.7.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공동취재) 2023.7.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다만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라 여러 문제가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모든 책임을 이 장관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종래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했다"며 "재난 상황에서의 행동요령 등에 관한 충분한 홍보나 교육, 안내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탄핵심판절차는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데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있는데, 이 장관이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더라도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탄핵심판 절차의 본질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사후 재난대응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고 일부 사후 발언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지만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정정미 재판관은 "일부 사후 발언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지만 법 위반행위가 중대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유남석 헌재소장의 선고 직후 방청석에 자리했던 유가족들과 방청객들은 아무 말 없이 재판정을 빠져나갔고, 일부는 눈물을 보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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