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저축 100조 넘게 쌓은 가계…"빚도 안 갚고 관망"

한은 BOK이슈노트…고용호조-재난지원금 등에 누적

대부분 예금·주식 형태…"주택시장 유입 땐 금융안정↓"

 

우리 가계가 쌓아놓은 초과저축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 최대 13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비교하면 초과저축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평가다.


가계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의식해 초과저축을 예금·주식 등으로 쌓아둔 채 추가 소비나 부채 상환에 쓰지 않고 관망 중이라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한국은행이 24일 펴낸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BOK이슈노트에는 이 같은 분석이 담겼다.


보고서를 쓴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박성하 차장과 조주연·오태희·김형지 과장, 이은송·이현지 조사역은 앞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적용했던 방법론을 따라 우리 가계의 초과저축 규모를 추정했다. 여기서 초과저축은 코로나19 이전 추세를 상회하는 저축액을 가리킨다.


그 결과, 우리 가계 부문의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0%, 명목 민간소비의 9.7~12.4%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초과저축 일부가 소비로 쓰이면서 초과저축 규모가 빠르게 줄고 있으나 우리는 소비감소·소득증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초과저축 증가 원인을 소득과 소비로 구분해 보면 코로나19 확산 직후에는 거리두기 등에 따른 비자발적인 소비 감소, 지난해에는 소득 증가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초과저축을 추가 소비로 연결짓지 않은 원인은 '양호한 소득 여건'으로 추정됐다.


작년까지 이어진 고용호조와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정부지원 등이 비교적 안정된 소득 여건을 조성했고, 이에 2020~2022년 가계 처분가능소득이 코로나19 이전보다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계의 고물가·고금리 부담을 상당 부분 완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실제로 초과저축 누증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가리지 않았다.


다만 경기가 나빠진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소득 증가의 초과저축 기여도가 축소됐다고 덧붙였다.


가계가 부채 상환에 사용한 초과저축 금액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진은 "금리가 올라 부채 상환 유인이 늘었음에도 우리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라며 "2020~2022년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크게 늘었는데 이는 우리 가계가 초과저축을 부채 상환에 적극 활용하지 않았단 의미"라고 지적했다.


초과저축은 주로 예금, 주식 등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우리나라 가계는 비교적 양호한 소득 여건에 따라 미국에 비해 초과저축을 잘 쓰지 않고 있으며 그렇다고 빚을 갚지도 않은 채 예금이나 주식으로 쌓아놓고만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기간 중 우리 가계는 100조원 이상의 초과저축을 축적했고 이를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가계가 실물·금융 상황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초과저축이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돼 향후 소비 충격 시 완충 역할을 하는 한편 기대 변화 등에 따라 주택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주택가격 상승, 가계 디레버리징 지연 등으로 이어진다면 금융안정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초과저축 추이와 관련해 조주연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과장은 "가계 저축률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 초과저축 누증이 지속되진 않을 수도 있으나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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