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택배에 화들짝…'독극물 괴담'부터 '신종사기' 가능성까지

어제 기준 전국 정체불명 소포 신고 1000여건…소방·경찰 출동도

현재까지 인명 등 직접적 피해 없어…'브러싱 스캠' 가능성 제기


"집 앞에 놓인 택배를 무심코 열어본 적이 종종 있어요. 내가 주문한 게 맞는지 확인은 해야 하니까요. 근데 이번에 난리난 걸 보고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 겠어요. 혹여나 화라도 당하면 어떡해요"

경기도에 거주 중인 주부 A(30)씨는 전날 언론에 도배된 '정체불명의 택배'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문제가 된 소포의 외양이 평소 즐겨 이용하던 해외 온라인 쇼핑몰의 포장 방식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소포를 개봉한 후 어지러움을 느꼈다는데, A씨는 불안하기만 하다.

정체 불명의 국제 소포가 곳곳에 뿌려지면서 전국이 떠들썩하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독극물'이 들었다는 괴담도 퍼지고 있다. 소포를 열어본 몇몇 이들이 어지러움을 느꼈다고 전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테러'의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경찰의 1차 조사 결과 해당 소포는 대부분 비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어지러움을 느꼈던 시민들도, 혈청 검사 결과 특이사항이 없었다. 일각에선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무작위로 소포를 보내는 '브러싱 스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정체 불명 소포에 시민사회 불안 증폭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정체 불명 소포 관련 신고는 지난 21일 기준 총 987건 접수됐다. 이날에도 관련 신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 소포는 어른 손바닥 두개 정도의 크기로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에 'CHUNGHWA POST',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이 적힌 게 특징이다. 중국에서 대만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무심코 소포를 열어본 일부 시민들은 어지러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독극물이 들었다"는 의혹이 나왔다.

21일 전남 여수에서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이 도착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조치를 취하고 있다.(전남소방본부 제공) 2023.7.22/뉴스1 © News1 전원 기자
21일 전남 여수에서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이 도착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조치를 취하고 있다.(전남소방본부 제공) 2023.7.22/뉴스1 © News1 전원 기자


전날 오후 2시쯤 서울 서초구체국에 해당 소포가 배송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데 이어 명동 서울중앙우체국에도 유사한 신고가 들어와 17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용인·울산·대전·인천·여수 등 전국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접수됐다.

소식이 퍼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직장인 홍모(25·여)씨는 "유명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물품이 도착할 때 쯔음 이런 일이 터져서 좀 불안했다"며 "혹여나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공포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모(22·남)씨는 "평소 인터넷 쇼핑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좀 찝찝하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년층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직장인 김모(31·여)씨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는데, 혹여나 수상한 택배를 열어보실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모(50·남)씨는 "나는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는데, 딸들이 자주 이용한다"며 "평소 집 대문 앞에 택배가 쌓여있어 불안하긴 했다"고 말했다.

◇ 현재까지 인명 피해 없어…'브러싱 스캠' 가능성 제기

시민들의 우려와 다르게 현재까지 정체불명의 소포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21일까지 112에 접수된 987건의 신고 건 중 정상 택배로 확인되는 등 '오인 신고'는 692건(70%)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1차 조사 결과 해당 소포는 대부분 비어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비닐 재질의 충전재나 립밤 같이 저렴한 물건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소포에 담긴 '공기'를 포함한 내용물 분석을 의뢰했는데,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없다. 공식 결과는 이르면 24일 발표될 전망이다.

소포 개봉 후 어지러움과 마비 증상을 호소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혈청' 검사에서도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브러싱 스캠' 가능성을 제기한다.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다수에게 발송해 온라인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2020년에도 중국 우편 주소가 적힌 소포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생화학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결국 브러싱 스캠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해당 소포 안에는 식물의 씨앗이 담겨 있었다.

한편 경찰은 24일 발표될 성분 분석 결과를 토대로 향후 수사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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