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풀어줬나"…韓 가계빚 '글로벌 1~3위 싹쓸이' 불명예

가계대출 1062조 사상 최대…규제 풀리자 다시 '꿈틀'

빚 부담·증가속도 주요국 1위…"DSR·LTV 등 재정비해야"

 

고금리 여파로 한동안 잠잠하던 가계대출이 최근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치로 불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한 해 벌어들이는 국민소득으로도 가계빚을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내외 각종 조사에서도 상위권을 석권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금융권에선 과도한 가계대출이 가계 건전성과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부동산·대출규제를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증가 폭도 5조9000억원에 달해 1년9개월만에 가장 컸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감소했으나 4월 이후 증가세로 전환했다.


은행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의 영향이 크다. 은행권 주담대는 6월에만 7조원이 늘었다.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4개월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와 금융권의 금리인하 노력 등이 맞물리면서, 일부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세가 살아난 영향으로 보인다.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가계부채 증가 문제는 국내외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34개국 중 유일하게 100%를 넘어서며 '1위'를 차지했다. 한 해 벌어들인 국민소득으로 가계빚을 갚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의미다. 홍콩(95.1%)이 2위, 태국(85.7%), 영국(81.6%), 미국(73.0%) 등의 순이었다.


해당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유일하게 90%를 넘어서며 1위를 지켜왔으며, 코로나19 당시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주식 '빚투' 열풍으로 2020년 3분기에 처음 100%(100.6%)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최근 주요 4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0%로,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했는데, 한국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계 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인 17개국 중 호주(14.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7.6%)과 일본(7.5%)의 2배에 달했으며 이탈리아(4.3%)의 3배를 넘는다.


DSR은 연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높을수록 버는 돈에 비해 빚을 갚는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한국은 가계빚 증가 속도도 빨랐다. 한국의 DSR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12.2%에서 지난해까지 1.4%p 늘었다. 17개 조사국 중 1위였다.


한국은행은 1년 반 넘게 이어진 통화긴축에도 가계대출이 줄지 않고 증가세가 굳어질 경우, 가계 건전성과 경제 성장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일부 규제 재정비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세를 제약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시키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초래하고 있어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조합을 통해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점진적으로 달성할 필요가 있다"며 "중도금·전세대출 등 DSR 예외 대상을 축소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수준별 차등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대해 "통화당국의 어려움과 가계대출의 지나친 팽창 우려에 100% 공감하고 있다"며 미시정책 대응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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