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대피 주민들 "산을 그렇게 깎아놓으니 물난리가 안나겄소…"

담양 15세대 마을회관으로 대피…인명피해 없어 안도

곡성서도 주민 대피…'난개발' 원인으로 지적

 

"간밤에 대피하라고 연락이 오길래 난리가 난 줄 알고 얼마나 맘을 졸였는지. 괜히 산의 흙을 건드려놓으니까 물난리가 나면 매번 불안하게 살 수밖에 없어요."


17일 오전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주민 김모씨(77)는 물난리와 산사태에도 다행히 마을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안도했다.


이날 오전 4시13분쯤 김씨가 거주하는 담양읍 학동마을에는 산사태로 인해 창고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쇠파이프 등 공사 장비까지 뒤섞인 수백톤의 흙이 얇은 패널로 지어진 주택 앞까지 쏟아지면서 2차 피해를 우려한 담양군은 인근 15세대 주민 16명을 마을회관으로 대피시켰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밤중에 깨워 대피하시키기 위해 담양군 공무원과 소방관과 경찰 등 12명이 투입됐다.


담양에는 최근 4일간 누적강수량 304㎜의 많은 비가 내렸다. 호우로 기반이 취약해진 데다 평소 흙을 자주 퍼내면서 더욱 산사태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 주민들 말이다.


김씨는 "창고로 쓸 건물 만들겠다고 포클레인으로 흙을 파냈던 곳이 결국 무너졌다"며 "산 능선을 깎아내는 모습이 걱정스러웠는데, 아무 피해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더니 결국 이런 피해를 불러왔다"고 전했다.


곡성에서도 간밤 많은 비로 토사가 무너져내려 일부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곡성에서도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누적강수량 174.5㎜의 비가 내렸다.


32가구가 거주하는 곡성 대곡리 삼구당산마을 이갑규 이장(58)은 "전날 밤 10시부터 비가 내리는 게 심상치 않더니 11시부터는 대피하라고 하더라"며 "마을 사람들한테 연락을 하는 사이에 우리 집으로 흙탕물이 억수로 쏟아져내렸다. 순식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이장은 아무리 연락을 해도 받지 않는 아랫집 어르신을 챙겨 마을 회관으로 대피했다. 다행히 두 가구 3명의 주민들만 대피하고 다른 가정들은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임야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경사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이장은 "10년 전쯤 마을 야산의 소나무 9000평 규모가 제거됐다. 고부가가치 임산물을 개발하려 베어내고 고사리나 두릅을 심었는데 그 뒤로 몇년 주기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며 "배수가 원활할 수 있도록 수로나 집수장을 추가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전남에서는 최근 5년간 2018년 14건, 2019건 1건, 2020년 518건, 2021년 72건 등 총 605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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