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법정 출석해 "잘못 인정"…반성문에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도

초록색 수의 입고 법정 등장…"공소사실 세부적으로 다른 부분 있다"

재판 마치고 검찰 측에 고개 숙여 인사…준비기일 한 차례 더 열기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이 재판에 출석해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유정이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에는 판사가 정말 반성문을 읽어볼지에 대한 의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및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전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검찰과 피고인 측이 미리 입장을 정리하는 자리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하지만 정유정은 이날 초록색 수의을 입고 안경을 낀 채 법정에 등장했다. 피고인석에 앉아서는 고개를 숙인 채 재판에 참여했다.


정유정 측 변호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 중 세부적으로 다른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못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변호인과 같은 입장인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또 반성문 제출과 관련해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정유정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특히 정유정은 지난 7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는데, 반성문 여러 부분에 판사가 정말 반성문을 읽어볼까에 대한 정유정의 의심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는 "반성문을 제출하면 구체적으로 다 읽는다"며 "피고인이 쓸 수 있으면 어떤 형식으로든 써서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언제 태어나서 어떻게 살았고, 이 사건 전에 어떤 심경이었는지, 범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정유정 측에 다음 기일까지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유정은 재판을 마치고 변호인과 검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퇴정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26일 오후 5시41분께 부산 금정구에 있는 A씨의 집에 찾아가 그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정유정은 과외 앱을 통해 중학교 3학년 딸의 영어 강사를 구한다며 혼자 사는 A씨에게 접근했다. 범행 당일에는 집에서 흉기를 챙겨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A씨의 집을 찾아갔다.


정유정은 A씨에게 학부모가 아닌 나이가 25세라며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은데 혼자 죽기는 억울하다며 같이 죽을 사람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A씨가 이에 놀라자 정유정은 "장난이다"라고 안심시켰고, 가방 안에서 흉기를 꺼내 살해했다. 이후 자신의 집에 돌아가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가져와 시신을 담은 뒤 27일 새벽 경남 양산 한 공원 풀숲에 시신을 유기했다.


정유정은 범행 과정에서 자신의 옷에 혈흔이 묻자 A씨의 옷으로 갈아입어 절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정유정은 함께 살던 할아버지와의 갈등을 계기로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범행 전에는 부친과 2시간 정도 통화하며 자신의 불우한 가정환경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부친으로부터 '다른 가족들 입장도 한번 생각해봐라. 너도 잘못한 점이 있다'는 답변을 듣고 살인하기로 결심했다.


정유정은 범행 전 인터넷을 통해 '가족에게 복수하는 방법' '존속살인' '살인 방법' 등을 검색하는가 하면, 메모장엔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는 글을 적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불우한 성장 과정 등으로 인한 '묻지마 살인'으로 분노를 해소하고 철저히 준비된 계획 범죄로 판단하고 정유정을 구속 기소했다.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에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26.3점을 받았고,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ORAS-G)에서도 높음 수준인 14점을 받았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21일 오전 11시 부산법원종합청사 354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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