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퇴원 수술환자 "사실상 쫓겨나는 것"…파업 첫날부터 '난리통'

일부 병원은 외래진료·수술 미뤄…입원환자 전원·퇴원 안내도

"퇴원하려니 불안한데"…퇴원 수속 2시간 대기에 실랑이도

 

"위중한 환자만 환자고, 우리는 환자도 아니다. 지금 결론적으로 그렇잖아요. 우리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7층 71병동에 있었는데, 퇴원하는 사람 세보니까 13명가량 됐어요. (비교적 필수 진료과인) 신경외과 쪽 병동 상황도 이런데 다른 병동은 더 그렇겠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파업 첫날인 13일, 일부 병원에서는 입원환자에게 퇴원을 강권하고 환자는 진료, 입·퇴원 수속을 밟는데에만 몇 시간을 허비하는 등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우 조합원 4300명 가운데 안암·구로·안산 각 병원 300명씩 약 900명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병원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암병원의 정규 퇴원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였으나 상당수의 환자를 퇴원시키는 듯 오후 1시 30분에도 퇴원 수속을 기다리는 환자가 많았다.


60대 전후로 보이는 한 환자가 "퇴원수속 밟는데 2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항의하자, 병원 직원들은 "퇴원할 환자가 많아서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지난 7일 척추 수술을 받은 우서라(30)씨는 6주 더 입원이 필요한데 이날 기존에 입원했던 병원으로 옮겨가는 중이라고 했다.


우씨와 우씨 어머니는 "어제(12일) 퇴원을 통보받았다. 인력이 없다고, 가라고 사실상 쫓겨나는 것"이라며 "위중한 환자만 환자고 우리는 환자도 아니다. 지금 결론적으론 그런 뜻인데, 처우 개선 요구를 이해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은 모든 환자에게 파업 상황을 알리고 진료 예약 연기를 요청했다. 이 병원에는 조합원 600명이 파업에 참여하는데, 복용할 약이 꼭 필요한 환자 외에 진료는 대부분 미뤄졌다.


10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하는 충남대병원도 14일까지 잡힌 외래 진료와 수술을 연기하고 경증인 입원 환자에게 퇴원을 안내했다.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 중인 김모씨(70)도 이날 퇴원했다. 김씨의 딸 이모씨(30)는 "집에 돌아간다고 해도 호흡기말고는 달리 처치할 방법이 없어 불안하다"고 했다.


부산대병원은 의료인력뿐만 아니라 병원 운영지원 인력까지 총 25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병원 운영이 어렵게 됐다. 퇴원 수속을 밟은 80대 복부 수술 환자의 보호자 A씨는 "수술한 지 1주일도 안 돼서 퇴원하고 있다"며 "입원 환자까지 내보내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언성을 높였다.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취재진이 만난 박모씨(39·여)는 전남 무안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지방에는 병원이 없는 터라 대학병원을 가려면 1시간 이상 걸려 이동해야 하는데 파업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면 저 같은 환자들은 진료가 늦어질수록 상태가 악화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국의 병원에서 차질이 빚어지자 보건복지부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복지부는 이날부로 보건의료재나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하고 의료기관 파업 상황점검반은 중앙비상진료대책본부로 전환해 진료차질 발생에 신속히 대비, 대응하기로 했다.


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를 통한 간병비 해결 △보건 의료인력 확충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의사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등 7가지 요구를 제시하며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노조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전국에서 상경한 조합원 약 2만명과 함께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1일차 총파업대회를 벌이고 있다. 14일에는 서울·부산·광주·세종 등지에서 거점파업을 진행한다. 병원 또는 정부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1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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