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특수? 내년 4월 가게 접을 것"…고물가 여파에 편의점도 울상

"비싸서 사람들 안와…알바비 100만원씩 주고 나면 적자"

정부 압박으로 가격 인하했지만…"수익성 더 악화"

 

"최소 10~20% 매출이 다 빠졌다고 봐야죠."


서울 광진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모씨(40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편의점 특수는 없다며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물가도 고공행진인 데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소비 자체가 준 것 같다"며 "편의점은 특히 정가제다 보니 사람들이 좀 더 싼 데를 찾다 온라인을 주로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물가의 영향을 편의점도 피해 가지 못한 셈이다.


1인 가구 증가와 경기 둔화로 편의점 업계가 유통업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일부 편의점에만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


11일 <뉴스1>이 만난 편의점 점주들은 하나같이 매출이 줄었다며 하소연했다. 반면 시민들은 높아진 편의점 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비싸서 사람들 안와…알바비 100만원씩 주고 나면 적자"


건국대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코로나 풀리고 나서부터는 대학가인데도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며 "주말의 경우 20% 가까이 (매출이) 빠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 때는 다들 집에 있으니 근처 편의점이라도 왔지만 이제는 사람 자체가 아예 없다"며 "저기 수북이 쌓인 도시락도 곧 있으면 다 폐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겟세 200만원에 알바(아르바이트) 한 명당 90만~100만원씩 월급 주고 나면 적자"라며 "지금 계약 기간이 안 끝나서 위약금 때문에 억지로 하고 있지만 내년 4월에는 가게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편의점 점주들은 물가 관련 뉴스나 편의점 도시락 나트륨 등 부정 이슈가 나올 때마다 매출에도 타격을 입는다고 호소했다.


실제 지난 1일부터 편의점 업계가 음료와 아이스크림·안주류·통조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최대 25% 올린다는 뉴스가 나오자 매출이 떨어졌다는 편의점도 있었다.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는 "매달 널뛰기하긴 하지만 보통 여름에는 매출이 오르는데도 이번 달은 잠잠하다"며 "가격 상승 소식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아예 편의점이 아닌 다른 곳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 가격, 가성비 카페보다 높아…계산 안하고 나오기도"


실제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을 찾지 않는 이유로 '가격'을 지목했다.


혼자 사는 직장인 김승관씨(32·서대문구 거주)는 "커피 하나 사려고 들어갔다가 3000원이 넘어 깜짝 놀라서 다시 나왔다"며 "근처 가성비 카페에서 사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가격을 내렸다는 라면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컵라면 두 개를 샀는데 5000원이 나오더라"며 "편의점 자체브랜드(PB)여서 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비싸서 놀랐다"고 불평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손모씨(36)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해 편의점에서 자주 사 먹었는데 좀 더 걸어가더라도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을 가서 한꺼번에 많이 사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압박으로 가격 인하했지만…"수익성 더 악화"


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가격 인하 정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국내 주요 편의점들은 인상이 예고됐던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 판매 가격을 동결했고 CU·세븐일레븐 등에선 PB(자체브랜드) 상품 가격을 인하했다.


문제는 가격을 인하했다고 이미 발길을 끊은 사람들이 다시 찾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모씨(50대)는 "정부가 가격을 인하한다고 사람들이 편의점을 더 많이 찾지는 않는다"며 "아무리 가격을 인하해도 온라인이나 대형할인매장보다 싸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은 줄어드는데 가격만 인하하니 매출은 계속 더 떨어진다"며 "편의점 업계가 호황이라는 말은 미디어에서만 존재하는 말"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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