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북일 동향…신냉전 구도 속 복잡한 셈법 반영돼

중국, 동남아 등서 비공개 접촉 진행설 제기돼…'납북자 문제' 표면적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속 '진영 흔들기' 의도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의제로 내세운 북한과 일본의 외교전이 예상보다 빠르게 심화되는 모양새다. 북일 간 '대면 접촉'설까지 제기되면서다.

3일 동아일보는 북한과 일본이 최근 두 차례 실무급 접촉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의 운을 띄우고 북한이 "일본이 새로운 결단을 내린다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실무급 접촉은 최근 한 달 사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정부도 "북한과 일본 간 접촉 관련 보도에 대해 확인해 줄 내용은 없다"라면서도 "다만 한미일 모두 그동안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라고 말해 관련 보도를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납북자(납치자) 문제는 북한과 일본 간 해묵은 외교 현안이다. 양 측은 과거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까지 여는 등 대대적인 외교적 협상도 진행하고 일부 진전도 이뤘으나 근본적인 문제를 아직 해결하진 못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양 측은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납북자 문제 재조사와 일본의 대북 독자제재 완화를 맞바꾸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북한이 일본이 확인을 요청한 납치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관련 협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협의의 안건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문제를 두고 북한과 일본이 추구하는 이해관계는 명확하고, 서로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일본의 국내정치, 북한의 경제적 이익이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다.

때문에 양 측이 이 문제를 두고 언제든 외교적 교섭을 진행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 정세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라는 점에서 이번 접촉의 '진의'를 두고 다른 해석도 제기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3각 밀착, 이를 통한 대북 압박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과의 양자 외교를 통한 대북 독자제재를 완화한다는 것은 예상하기 어려운 행보다.

북한 역시 현재의 경제난을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일부 해결하고, 대신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지지를 강력하게 보내며 3자 밀착을 강화하고 있어 갑작스레 일본을 '유화' 모드로 상대한다는 것이 개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일본, 북한 모두 현재 제각기 속한 '진영'에서 가장 움직이기 좋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동향을 분석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이번 양 측의 움직임이 서로의 진영을 흔들기 위한 전략에 따라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고착화되는 듯한 신냉전 구도는 올 들어 미묘하게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 진영의 '대장' 노릇을 하는 미국과 중국이 진통 끝에 고위급 대면 회동을 가졌고, 이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표면적으로는 강경한 대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성이 있는 행보를 보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도 대폭 완화할 조짐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내부적으로 '반란'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동안 대외 사안에 적극적으로 발을 내밀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서로의 진영에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해야 하는 시점이 된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양 진영 모두 '대화'가 필요할 경우 북일 간 양자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납치자 문제가 인도주의적 문제에 해당하고, 이미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문제로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지 않고도 해결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북일 양자 간 현안일지라도 정세에 대한 고려, 그리고 서로의 밀착 동맹과의 '협의' 없이 이번 대화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 한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약 한 달 뒤인 지난달 28일 외무성 연구원 명의의 글을 발표해 관련 협의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납북자 문제가 "우리의 아량과 성의 있는 노력에 의해 이미 되돌릴 수 없이 최종적으로 완전무결하게 해결됐다"라며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것은 "'전제조건 없는 일조(일북) 수뇌회담'을 희망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고 있는 일본 당국자의 입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 일본의 '진의'를 의심하는 입장을 냈다.

북한과 일본은 오는 12~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 기간에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외무상(최선희)를 파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 외무상이 참석할 경우 양 측간 보다 긴밀한 협의가 가능한만큼, 북일 간 협상의 동력이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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