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적용' 부결, 알바-사장님 최저임금 입장차 더 커져 "서로 눈치"

차등적용 기준 논의 여전히 필요 목소리도

 

"사장님이 힘들다고 하니 사실 눈치가 보이지만 물가가 오르고 내 생활이 빠듯하니 최저임금이 오르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어요"(용산구의 한 설렁탕집 직원)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무산됐으니 이제 동결되거나 인상되더라도 적게 오르기를 기도해야죠"(용산구의 한 편의점주)

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이 부결되면서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들의 관심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옮겨갔다. 차등적용이 무산되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노동계는 올해(9620원)보다 26.9% 인상된 시간당 1만221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 "최저임금 올라야 삶의 질 달라져" vs "올리면 다같이 죽자는 것"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저시급을 받고 일 하고 있는 일부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더 없어질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일단 오르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도봉구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씨(21·여)는 "최저임금이 1만2000원대가 되면 매달 20만원을 더 벌게 된다"며 "그 정도만 되도 자신에게 더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모아질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 권모씨(20)는 "가게 운영이 어렵다는 사장님들이 많아서 최저임금이 물가인상률 등을 다 반영해서 오르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권씨는 "카페 일도 단순히 음료만 제조하는 일이 아니라 배달, 청소 등을 다 해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차등적용 통과가 되지 않은 것은 정말 잘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업주들도 한숨을 쉬긴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회복되지 않아 가족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처지에 인건비까지 또 오르면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가게 불을 꺼둔 채로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씨는 "재료비도 오르고 전기세 이런 것도 많이 오르니 요새 혼자 작업 준비할 때는 불도 거의 안 켠다"며 "차등적용은 이제 끝났지만 아직 임금 인상은 확정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직원들 더 열심히 일하라고 지금도 이미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주고 있는데 더 오르면 부담이 될 것 같다"며 "물가가 많이 올라서 이해는 하지만 너무 많이 오르진 않아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용산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53)는 "재료비도 올랐으니 인건비, 재료비만 합쳐도 매출 절반 넘게 나간다"며 "우리집만 해도 부부가 조리하고 딸이 카운터를 봐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했다.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정문주 근로자위원이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점을 적은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2.6.1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정문주 근로자위원이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점을 적은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2.6.1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 차등적용 물건너 갔지만 기준 논의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최저임금 등 적용은 이미 물건너 갔지만 기준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용산구의 한 설렁탕 집에서 일하는 한모씨(59)는 "같은 음식점 안에서도 고기 불판 갈고 이런 건 힘들지만 서빙만 하면 아무래도 덜 힘들텐데 엄종별로 다르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앞서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1988년 한 차례 시행된 적 있다. 섬유·신발 등 12개 업종을 저임금 그룹으로, 석유·철강 등 16개 업종을 고임금 그룹으로 묶어 최저임금을 따로 적용했다.

이후 업종별 차등적용은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고 지금까지 최저임금은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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