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가격 올라도 못 끊는데"…가공식품 高물가에 단출해지는 서민 식탁

라면, 5월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통조림·당면·조미료 상승세도 가팔라
"라면은 값 올라도 사야하는 소비비탄력적 생필품…인상 신중해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연간 크게 오른 라면값에 대해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최근 국제 밀 가격이 떨어졌지만, 지난달 라면 가격은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게 배경이다.


2%대를 목전에 둔 소비자물가와 다르게 뒤늦게까지 고공행진 하는 것은 라면값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라면이 포함된 가공식품 전체 물가 상승률은 7.3%로 외식(6.9%)과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4.7%)보다 높았다. 

20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라면값에 대해 "지난해 9~10월 많이 인상됐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1년 전보다 약 50% 내려갔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하락에 맞춰 적정하게 판매가를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앞서 작년 9월 농심이 라면 출고가를 11.3% 인상하자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각각 11%, 9.7%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10%대 상승률을 보이는 라면 물가는 지난달 13.1%를 기록하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크게 오른 건 라면 뿐만이 아니다. 라면이 포함된 상위 항목인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달 7.3% 상승률을 나타내 3%대인 소비자물가 두 배 수준이었다.

지난 2월 10.4%로 정점을 찍은 후 상당 폭 내려왔지만, 외식(6.9%)과 개인서비스(4.7%) 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잼은 35.5% 상승률을 보이며 가공식품 세부 항목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어묵(19.7%), 혼합조미료(18.0%), 당면(16.9%), 수산물통조림(9.5%) 등 서민 애용 품목 물가상승률이 아직 높은 수준이다.

가공식품은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해 소비자물가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잘 나타내는 근원물가의 한 축을 이룬다. 근원물가 품목들은 공공요금과 원자재 등 누적된 비용상승압력이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라면 업체들은 당장 이번 논란에서 국제 밀 가격은 떨어졌지만, 이와는 시차가 있는 국내 밀가루 가격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가공식품 가격은 한 번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내려도 다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국 이익을 보는 것은 가공식품 업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라면 등 일부 가공식품은 생활필수품에 해당돼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들이 쉽게 수요를 줄이지 못하는 '소비비탄력적' 특성이 있는데, 그만큼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잘 줄지 않는 가공식품 가격을 올리면 이득을 보기에 유리하다"며 "일부 가공식품 등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 서민 체감 물가가 높아지기 쉬워 정부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19일)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점검 설명회에서 추 부총리의 라면값 발언과 관련해 "라면은 물가가 많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마진이 많이 올랐다"며 "기업들이 원자재값이 떨어지면 거기에 맞춰 고통을 분담해 달라는 정치적 말씀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목록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