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일까 '분탕질'일까…'범죄 피해 제보' 유튜브 댓글 3만1200건

'부산 돌려차기'부터 '중고차 피해'까지…'유튜버'에 제보

'사법체계 불신' 영향…'사적 제재' 신상공개 우려도 많아

 

유튜버 A씨가 운영하는 채널의 한 영상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B씨가 등장한다. B씨는 피해 당시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털어놓는다. 18일 오전 0시40분 기준, 피해자가 출연하는 영상 3편의 총 댓글 수는 무려 3만1200여건이다. "방송보다 훨씬 퀄리티 있고 (요즘) 시대에도 맞는다" "피해자 분이 존경스럽다" 등 긍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건 피해자들이 유튜브에 '제보'하는 것은 A씨 채널 만의 일이 아니다. 중고차를 거래하다가 허위 딜러에게 피해 본 이들이 유튜버에 제보하고, 해당 유튜버가 환불 조처 등 해결사 노릇을 하면서 '사이다'(속이 시원하다)라는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정보전달과 사적 제재를 동시에 수행하는 유튜버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사실 검증 및 법적 타당성 검토 같은 절차가 미진해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전달·사적제재 동시에…어떻게 봐야 할까


1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다룬 A씨 채널 영상 5편의 총 조회 수는 전날 기준 1370만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3편에는 피해자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A씨 채널은 앞서 이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9분가량 분량의 해당 영상엔 가해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 정보뿐만 아니라 혈액형과 전과기록 등 상세 정보가 담겼다.


A씨는 이메일 제보를 받고 가해자 신상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채널은 기존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가해자의 이상 성욕 의혹도 조명했다.


사적 보복 논란이 확산하자 언론은 A씨 채널의 신상 공개를 둘러싼 여론을 보도했다. 유튜버가 이슈를 선점해 불을 지피면 기성 언론이 그 이슈를 좇아 다루는 양상이었던 셈이다.


강력범죄뿐만 아니라 전세 사기, 중고차 허위 매매 등 다양한 민생범죄와 관련해서도 시민들의 유튜브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검색창에 '중고차 허위 매매' '보험사기' 등을 입력하면 다양한 채널에 시민 제보 사례 및 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유튜브 채널은 개인 전화번호와 이메일, 홈페이지 링크를 표시해 적극 제보를 독려하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언론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진단한다. 유튜버의 영향력이 기성 언론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들이 무차별적으로 생산하는 콘텐츠를 향한 비판적인 견해도 나온다.


◇"유튜버가 언론 역할"…'즉각적 공론화' 이대로 괜찮나


실제로 유투버들이 신속한 정보 전달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자 시민들이 뉴스 전달 창구로 유튜브 채널을 인식했고 자연스럽게 제보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기존 언론이 신상 등 제보를 보도하려면 사실 검증과 법적 분쟁 가능성을 따져보느라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며 "(그러나) 유튜브는 댓글과 흥미도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므로 즉각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시민 입장에선 유튜브가 '갈증 해소' 창구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사법 시스템 불신이 '유튜브 제보'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많다. 예컨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경우 범죄 방식이 '공분'을 사며 신상 공개 요구가 빗발쳤지만 가해자 신분이 피고인으로 전환돼 수사기관이 신상 공개를 할 수 없었다. 현행법은 피고인이 아닌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튜버들은 신상 공개 같은 민감한 사안도 즉각 이슈화하다 보니 피해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유튜브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상규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범죄자 신상 공개 제도의 취지는 시민들이 가해자 정보를 사전 확보해 피해를 예방하는 데 있지만 사회적 공분을 산 사건 가해자의 신상공개는 현실적으로 법적 요건 때문에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유튜브 제보를 통해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오늘날 유튜브는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가해자 응징 등 해결사 역할도 겸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국가 대처에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국가가 정의롭게 대응하지 못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사회적 불만이 쌓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튜버가 그 불만을 해소해 준다는 인식이 퍼져 제보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적 제재 확산' 부작용…'잘못된 여론' 우려도


유튜버들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제보를 즉각적으로 공론화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유튜브를 통한 제보 공론화는 억울하거나 불합리한 피해를 유튜브가 대신 알리거나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유튜버의 가해자 신상 공개 등 사적 제재가 횡행하면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국민감정을 고려할 때 사적 제재는 이해되지만 활성화되지 않도록 법적 시스템을 정교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제보가 알려지는 과정에 검증 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법적 기준을 따르는 것도, 언론처럼 데스킹 과정을 거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사실 검증이 부족한 제보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론화할 경우 허위 사실에 기반한 잘못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며 "피해를 막을 법적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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