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출마' 환영하는 국힘, 거리두는 민주…여야 복잡한 총선 셈법

국힘 "출마하라고 기도해"…민주 "당에 애정 있다면 접으라"

여, 내년 총선 승리 발판 기대…야, 중도층 이탈 우려에 관망

 

내년 총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마를 놓고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국 사태'를 발판 삼아 정권 교체까지 이뤄낸 국민의힘은 기대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반면, 반대 입장인 더불어민주당은 신중함을 유지하며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조 전 장관 출마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조 전 장관이 지난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고 나서부터다. 그는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과 독대한 사진을 올리며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지난해 말부터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통해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는 점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에선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조 전 장관의 출마는 진지하게 고려되는 모양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변의 많은 분들이 출마를 권유하기 시작한 지 좀 됐다"며 "출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대로부터 파면 통보를 받으면서 정치적 명예 회복을 위한 출마가 필요하다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벌써 서울대가 있는 관악갑 등 구체적인 지역구도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조 전 장관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라 마지않는 일이다. 출마하라고 새벽 기도 다니고 싶다"며 대놓고 환영했다. 반면 민주당은 신중하다. 오히려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다면 출마를 접으라"(조응천 의원)는 반대 의견이 상당하다.


국민의힘에선 조 전 장관이 정권 탈환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라고 평한다. 지난 2019년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이 돌아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정치 입문과 정권 교체까지 이뤄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는 그 당사자가 사각의 링 위에 직접 올라오겠다는 것으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수 있는 커다란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세로 지난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면서 이를 민주당과 연결 짓는다면 내년 총선 승리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생각이다. 장예찬 최고위원의 "민주당이 제 발로 다시 조국의 강에 빠지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대환영이다"라는 말에서 여당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에선 조국의 강을 가까스로 건넜는데 이번에는 조국의 늪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을 지원하며 집토끼(고정 지지층)를 붙잡으려 했지만, 산토끼(중도층)를 대거 놓치면서 정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또 다른 전국 단위 선거인 총선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 전 장관으로 인해 '정권 심판론' 대신 '야당 심판론'이 부각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물론, 민주당 내에는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보이고 있는 검찰 독재의 대항마로서 상징적인 성격"(김의겸 의원), "윤석열 정권의 심판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치적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박성준 의원) 등 조 전 장관을 최전방 공격수로 세워 정부·여당에 맞불을 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당내에 다수 포진해 있는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같은 친문계인 조 전 장관의 출마에 대놓고 반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결과는 좋지 않았어도 어쨌건 조 전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최전선에 서서 싸우고 정권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인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안 나오면 좋겠지만, 그런 그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거리낌 없이 막겠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거론된다. 그의 출마를 적극적으로 막을 순 없지만, '민주당=조국'이라는 여당의 프레임에 빠질 가능성은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출마를 예상하는 김의겸 의원조차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나간다는 게 선제조건"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만약 조 전 장관이 총선 출마를 결정한다면 험지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선 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또는 민주당이 열세인 부산 등이 거론된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조 전 장관도 지금 본인과 당의 상황이 어떤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어떤 선택이든 당의 총선 승리와 이어지는 쪽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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