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남성 항소심서 징역 20년…신상 공개 시간 걸릴 듯

법원, '옷 벗기지 않았다' '심신미약 상태' 피해자 주장 받아들이지 않아

피해자 측 "감형 사유에 아쉬움"…판결 확정 후 '성범죄자 알림e'에 신상공개

 

지난해 부산에서 새벽에 홀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폭행한 후 성범죄를 시도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폭행 행위라고 판단했다.


부산고법 형사2-1부(최환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살인미수)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A씨(31)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0년간 정보통신망을 통한 A씨의 신상정보 공개 고지와 10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의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렸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검찰도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A씨의 혐의를 1심에서 적용한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하고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A씨는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 B씨의 옷을 벗긴 적이 없고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 법원 강간살인미수 유죄로 판단…"피해자 유린" 


재판부는 '살해에 고의가 없다' 등의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장 CCTV를 보더라도 사각지대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판단했다.


사건 직후 A씨가 휴대전화로 '부산 서면 살인사건', '부산 강간 사건' 등을 검색한 것을 봐도 B씨가 자칫 사망했을 수도 있었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범행 의도가 반영된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은 채 피해자를 뒤쫓아가 강간할 목적으로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 머리만을 노려 집중적으로 발로 찼다"며 "범행 수법이 극히 잔혹하고 위중한 상태에서도 피해자의 옷을 벗겨 유린하는 등 오로지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DNA 검출 부위도 폭행이나 피해자를 어깨에 메고 옮기는 정도의 행동만으로는 검출되기 어려운 부위로 봐야 한다"며 "피해자는 순식간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중대한 위험에 처했고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이나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불리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수감 이후에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보복 의지를 드러내고, 수사기관 및 법원에 강한 적의를 표출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살인이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의 옷을 벗긴 행위에 나아가 성폭력 범죄까지 실행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 점과 피고인이 어린 시절 모친의 가출로 정상적인 훈육을 받지 못한 채 친척집을 전전하며 불우한 성장 과정을 보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말했다.


◇ 피해자 측 "감형 사유에 아쉬움 들어"


피해자 측 남언호 변호사는 "이제라도 성범죄가 인정됐지만 검찰이 법적 근거를 토대로 징역 35년을 구형했음에도 일부 감형 사유에 대해선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B씨는 한참을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B씨는 "대놓고 보복하겠다는 사람으로부터 피해자를 지켜주지 않으면 피해자는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왜 죄를 한번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한테 이렇게 힘든 일을 안겨주는지..."라고 호소했다.


이날 A씨의 구치소 동기 C씨도 선고 이후 "피고인은 마지막까지 사과 한마디 없었다. 구치소 안에 있었을 때 '나가서 피해자를 죽이겠다, 더 때려주겠다' 등의 말을 2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고 알렸다.


C씨는 "피고인은 3달만에 봤는데 살은 더 쪘고 더 건강해진 것 같아 화가 난다. 20년 형은 너무 짧다"며 "A씨가 피해자 신상을 적은 노트를 보여주며 나가면 여기(피해자 주소)에 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구체적인 탈옥 계획을 세운 것도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출소하자마자 또…범죄로 얼룩진 가해자의 일생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22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혼자 귀가하던 B씨를 뒤따라가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발차기로 쓰러뜨린 뒤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강간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오피스텔 출입문 쪽 CCTV에는 A씨가 B씨를 CCTV 사각지대로 옮긴 후 7분이 지나서야 오피스텔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촬영됐다.


검찰은 사각지대에 있었던 7분간의 행적을 밝히기 위해 B씨가 입고 있던 의복에 대한 DNA 재감정을 실시했다. 검사 결과 B씨의 바지 안쪽 부분 3곳과 바지 바깥쪽 1곳, 카디건 1곳 등 5곳에서 A씨의 Y염색체 DNA가 검출됐다.


이에 검찰은 DNA 검출 부위가 바지를 벗겨냈을 때 접촉으로 생겨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A씨의 혐의를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하고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1심의 구형량(징역 20년)보다 높은 형이다.


A씨의 과거 판결문을 보면 그는 미성년자 때부터 절도, 협박 등으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는 인생을 보내왔다. 그는 소년원에서 출소하자마자 오토바이를 훔쳐 걸어가는 여성을 상대로 핸드백 등을 절취하는 등 한달 동안 30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


또 지인 여성과 공모해 모텔에 들이닥쳐 성매수남의 가족들에게 성매매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도 실형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출소하자마자 주거 침입 범행을 벌였고, 불과 2달 뒤 돌려차기 범행을 저질렀다.


◇신상공개까지는 시간 걸릴 듯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10년간 정보통신망을 통한 신상정보 공개 고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도 있어 신상이 공개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판결이 확정돼야 신상공개 명령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오면 여성가족부 등의 행정 집행을 거쳐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등록된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국민과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신상공개 기준이 모호하다"며 "신상공개 관련 법 개정을 위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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