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中대사 '망언'에 한중관계 또 삐걱…'물밑 접촉' 동력 끊기나

 

외교장관회담·한중일 정상회의 실무급 회의 등에도 악영향 전망
싱하이밍, 한중관계 경색 책임 전가…"미국에 베팅, 잘못된 판단"

 

우리 정부가 고위급 소통 재개 등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발언으로 한중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오후 중국 대사 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중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를 잘 발전시키려고 하지만, 현재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최근 경색된 한중관계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했다.

싱 대사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아마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싱 대사가 우리나라의 야당 대표를 앞에 두고 이같은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외교적 결례'로 선을 넘었으며 내정간섭으로도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대사가 야당 대표를 관저로 부른 것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제3차 '경제안보 외교포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싱 대사 발언 관련 질문에 "외교관례라는 게 있다"며 "대사의 역할은 (주재국과의)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다. 오해를 확산시켜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같은 날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싱 대사를 초치에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을 했다"며 항의했다.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주한대사가 다수의 언론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건 외교사절의 우호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관례에 어긋난다"며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해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2.8.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해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2.8.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특히 한중관계는 방역조치 등으로 인해 올해 초부터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우리 정부가 지난 2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제한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하자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 '단기 비자', '도착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경유 비자' 면제도 중단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다.

또한 지난 4월엔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이며 대만 문제는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문제처럼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더 악화됐다. 대만 문제는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안으로 대만 문제에 대한 개입을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인다.

박 장관은 친강(秦剛) 신임 중국 외교부장과 올 1월 1차례 전화통화를 했으나 아직 대면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서 양국 간 고위급 교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한중 양측은 최근 외교장관회담과 외교안보대화, 한중일 정상회의 실무급 회의 등을 위한 물밑 협의를 진행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싱 대사의 발언이 향후 한중관계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관의 발언은 개인의 발언이 아니라는 점에서 싱 대사의 발언은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한 상황에서 (고위급 회담, 한일중 정상회의 등은) 중국의 반응에 달렸다"며 "우리 정부도 현재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우리 정부의 초치에 상응해서 맞초치를 하거나 거친 발언을 쏟아낼 경우 양국 관계는 복잡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은 중국이 한미, 한미일 협력 강화가 세지면 한중관계가 좋아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며 "중국이 저렇게 나오면 한국도 중국과 전략대화 및 정부 간 대화를 당장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목록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