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억 줘도 의사 안 온다"…커지는 지역 의료공백 우려

전문의 못 구해 1년 넘게 공백…"1명이 하루 100명 진료 악순환"
충북 증평·단양 1000명당 의사 수 1명 미만

 

 충북지역 병원에서 전문의 구인난이 심화하고 있다. 의료진이 지방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지방 의료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청주 한 종합병원은 지난달 두 번째 심장내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다. 1차 채용 공고에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어 다시 채용 공고를 냈지만, 이번 역시 지원자가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병원은 심장내과 전문의 3명을 모집하면서 1인당 연봉 10억원을 제시했다. 숙소, 수술·시술 인센티브, 식대 등은 별도 제공이다. 다른 병원과 비교하면 '최고 대우'인 셈이다.

병원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이유는 1년이 넘도록 심장내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병원에는 기존에 3명의 전문의가 근무했는데, 2021년쯤 마지막 전문의가 병원을 떠나면서부터 공석 상태다. 마지막으로 병원을 떠난 전문의는 많을 땐 하루에 100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원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북을 비롯한 지방에서는 전문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며 "1~2명의 의료진이 진료부터 응급 업무까지 온갖 격무에 시달리다 떠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내년 5월 개소 예정인 단양보건의료원의 의료진을 확보할 군도 고민이 많다. 이달 말 용역 결과를 토대로 전문의 4~5명을 두고 24시간 가동이 목표로 10월에 의사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인데, 전문의 확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의료원을 비롯해 지방 종합병원에서 전문의 구인 문제가 깊어지면서 지방 의료 서비스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부족한 의사 수와 지역의 인프라 등을 의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전문의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 병원에서는 의사 한 명이 과도한 업무를 맡아야만 하고, 이는 다시 구인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의사 지역 근무 현황 및 유인 방안 연구'를 보면 2020년 10만7976명 중 서울을 비롯한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75.6%를 차지한다. 대도시를 제외한 시 단위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20.4%, 군 단위는 4%다.

약 20년 전에 대도시 63%, 소도시 29%, 농촌 8%였던 것에 비하면 의사들의 지방 기피가 더 심해진 것이다.

충북 증평·단양(0.7명)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명을 넘기지 못했고, 괴산(1.1명)·옥천(1.2명)도 1명을 간신히 넘겼다.

지방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대 정원을 확대해 부족한 의사를 충원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방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과대학 인근 학생의 의대 진학 문을 넓히고, 의대 교육과정이나 수련 과정에서 농촌 등 지역 의료를 경험할 기회를 충분히 주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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