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운명 걸린 WBC라더니…'태극 무게' 망각한 음주 파문

선수 3명, WBC 기간 중 음주 사실 인정
관계자 "선수들 동선 통제 어려움 있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중 야구대표팀 선수 3명이 음주를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한국 야구의 운명이 걸렸다"며 비장한 각오로 출전했던 국제대회였는데 일부 선수들은 태극마크의 무게를 망각했다. 나라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들에게 많은 박수를 보냈던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3 WBC 대표팀 기간 야구대표팀 음주 파문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의혹을 받은 선수 3명은 제출한 경위서를 통해 음주를 했다고 실토했다.

이들은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날(3월7일)과 휴식일 전날(3월10일)에 스낵바에서 술을 마셨다고 인정했다. 다만 한 유튜버와 매체가 폭로한 내용과 달리 호주전과 일본전을 앞둔 3월 8~9일 밤에는 유흥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야구대표팀 음주 파문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야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종목을 떠나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음주 파문을 일으킨 것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농구대표팀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음주로 물의를 일으켰고, 축구대표팀도 2007년 아시안컵 도중 베테랑 4명이 술집을 찾았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야구대표팀 음주파문은 더욱 심각해 보인다. WBC가 올림픽이나 아시안컵과 비교해 역사가 짧고 위상도 떨어진다고 해도 고사 위기에 처한 한국 야구의 명운이 걸린 대회라는 기치 아래 출전한 무대다. 프로야구의 수장인 허구연 KBO 총재부터 "WBC에 한국 야구의 운명이 걸렸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런 막중한 임무를 안고 나간 대회에서 일부 선수들이 일탈행위를 벌였다. 이들이 주축이 된 야구대표팀 역시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을 드러내며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음주 사실을 인정한 선수 3명은 호주전과 일본전 등 '경기 전날'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사실 여부에 따라 최소한의 비난을 피할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일탈행위가 옹호될 수는 없다.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22대2로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응원단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3.3.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22대2로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응원단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3.3.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야구대표팀의 일탈행위도 처음이 아니다. 6년 전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할 당시, 임창용은 숙소를 나와 지인의 차량을 운전하던 도중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냈다.

가벼운 사고였지만 기간이 만료된 일본 운전면허증을 갱신하지 않은 임창용이 무면허 운전을 했기 때문에 논란이 컸다. 대표팀 소집 기간 경찰 조사까지 한 임창용은 벌금형을 받았다. 대표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고, 결국 WBC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야구대표팀으로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음주 파문이라는 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야구대표팀 관계자는 "국제대회에서 선수들을 밤늦게까지 동선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어려웠다"고 항변했다. 선수 스스로 조신하게 행동해야만 했지만, 일부는 '삐딱하게' 행동했고 모든 선수들의 꿈인 자랑스러운 태극마크를 훼손했다.

KBO는 "경위서를 면밀히 검토해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남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 후속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초 보도와 선수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후속 조치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부적절한 행동을 한 만큼 벌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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