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구속·로버트할리 기각…'증거인멸·도망 우려'가 관건

혐의 부인하는 유아인…경찰, 증거 확보 위해 구속영장 신청

대한민국 연예계가 마약으로 뜨겁다. 최근 방송인 돈스파이크(46·본명 김민수)와 '하트시그널3' 출신 서민재(30·여), 가수 남태현(29) 등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 문제로 줄줄이 수사기관·법정에 섰으나 구속 필요성 기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갈렸다.

코카인·대마·프로포폴·졸피뎀·케타민 등 마약류 5종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의 구속영장이 19일 신청되면서 유씨의 실제 구속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박유천·로버트 할리·돈스파이크·남태현·서민재…같은 마약도 법원 판단 갈려

통상적으로 법원은 구속 영장을 발부할 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판단한다.

2019년 필로폰을 구매하고 투약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가수 박유천(37)의 경우,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수원지법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수원지법은 구속영장을 발부 이유로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를 밝혔다.

당시 박씨는 경찰 조사에 앞서 대부분의 체모를 제모했다. 그러나 결국 체모에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온 뒤에도 경찰 조사에서 마약 혐의를 부인했다. 심지어 박씨는 폐쇄회로(CC)TV에 마약을 구매하는 모습이 확보된 상태였다.

법원은 이같은 박씨의 태도를 두고 구속하지 않을 경우, 증거를 인멸하려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필로폰 30g(1000회 분)을 소지하고 투약한 강남구의 한 호텔 현장에서 체포된 돈스파이크 역시 구속됐다.

돈스파이크는 경찰 조사에서 필로폰 투약 및 구매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서울북부지법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도망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박씨와 비슷한 시기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65·로버트 할리)은 경찰과 취재진 앞에서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법원은 하씨에 대해서는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역시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고 최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남씨와 서씨 역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없다는 것외에도 "현 단계에서 구속은 방어권에 대한 지나친 제한으로 보인다"는 사유도 들었다. 구속영장 신청이 다소 일렀다고 본 셈이다.

◇불구속 수사하던 경찰, 유아인 혐의 부인에 결국 구속영장 신청했나

당초 경찰은 사건 초기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씨의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결국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올해 초 마약 투약 논란이 불거진 뒤, 어떤 입장도 드러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유씨는 대검 마약과장 출신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꾸린 뒤 지난 3월27일 첫 경찰 조사를 받았다.

첫 조사를 마치고 나온 유씨는 "불미스러운 일로 이런 자리에 서서 실망을 드린 점 죄송하다"며 "제가 느낄 수 있는 선에서 충분히 사실대로 제 입장을 공유했다"고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듯 말했다.

그러나 유씨는 두 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는 대마를 제외한 다른 마약에 대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과 졸피뎀, 케타민 등도 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지난 16일 출석해 21시간 동안 진행된 두번째 경찰조사를 마치고 나와서도 '코카인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조사 받지 않고 돌아갔다 다시 출석한 이유는 무엇이냐' 등 혐의를 다투거나 향후 법정에서 불리하게 보일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귀가했다.

경찰은 유씨의 혐의 입증을 위해 함께 마약을 투약하거나 마약 투약을 도와 입건된 지인 역시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유씨와 함께 미국에서 귀국한 미대 출신 작가 A씨를 지난 16일 불러 밤샘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다만 "A씨는 공인이 아니기 때문에 구속영장 신청 관련 내용을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