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간판 55년만에 내린다…한국경제인협회 환원 "초심 회복"

 

김병준 회장직무대행 '혁신안' 발표…"정부와의 관계 매물 반성"

 

윤리위 설치로 정경유착·외압 차단…"4대그룹 재가입? 자체 개혁이 우선"

 

오랜 기간 경제계 맏형 역할을 해 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로 간판을 바꾼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쇄신책이다.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경련이 정부 관계에 방점을 두고 회장·사무국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과거의 역할과 관행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이 같은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는 "(전경련이) 역사의 흐름을 놓치고 있었다"며 "시장과 시민사회의 역할, 혁신 역량이 대단이 중요해졌지만 정부와의 관계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앞으로 건전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자유뿐 아니라 공정한 분배 담론 등에 대한 역할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정농단 때 탈퇴했던 4대 그룹 회원사의 재가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혁신안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 변경…"55년 만에 간판 교체"

전경련은 한국경제인협회로 기관명을 바꾼다. 일부 회장단의 반대가 있었지만, 김 직무대행이 개별 회사들까지 찾아가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이름인 한국경제인협회는 1961년 전경련이 설립될 당시 사용했던 명칭이다. '나라를 올바르게 하고 백성을 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자'는 초창기 회장단의 의지를 반영해 보통 쓰이는 기업인 용어 대신 경국제민을 뜻하는 경제(經濟)에 인(人)을 붙인 '경제인'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이후 1968년에는 창립 때 회원 수 13명으로 시작한 단체가 160여개사로 늘어나면서 '회원과 활동이 사실상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명칭을 바꿔 단 바 있다.

이번 기관명 변경 취지를 전경련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설명했다. 앞으로 주무관청 협의, 이사회·총회 등을 거쳐 혁신안과 관련된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 직무대행은 "쇄신 의미에서,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담아서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빌딩./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윤리헌장 제정…"정치·행정권력 등 외압 막는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정부에 치중됐던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윤리경영위원회를 만들고, '윤리헌장'도 제정한다.

과거 전경련은 정부의 경제계 파트너로서 '맏형' 역할을 맡아왔지만,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위상이 추락했다.

국정농단 사태와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전경련은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정경유착을 차단하는 거버넌스를 갖추기로 했다. 위원회는 협회의 윤리적 경영현황을 심의하는 협의체로 일정 금액 이상 소요되는 대외사업 등을 점검하고 논의한다.

위원은 회원사를 포함해 사회 각계에서 추천받은 명망가 등 엄정한 기준으로 사업을 평가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할 계획이다.

또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에 진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 상생 선도 △혁신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 선도 등의 내용을 담은 윤리헌장을 제정해 총회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김 직무대행은 "회장과 사무국의 독단적 결정 제어하는 역할"이라며 "과거 미르재단 지원과 같은 결정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 회장단 확대…신규 회원사 유치, 4대 그룹 재가입은 '신중'

현재 11개사(그룹)로 구성된 회장단도 확대한다. 새로운 산업, 젊은 세대 등 다양한 기업인들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업종·이슈별 위원회를 구성해 회원사 등 기업 참여 활성화에 나선다. 기존에 사무국이 주도했던 각종 이슈에 대한 정책건의 등도 위원회가 중심이 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변화를 통해 회원사 대상 정보제공기능도 한층 강화한다.

이를 통해 신규 회원사 유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김 직무대행은 "신사업 분야의 젊은 기업인을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 때 탈퇴한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의 재가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4대그룹 실무자를 중심으로 상당한 소통을 하고 있다"면서도 "우선은 전경련 개혁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경련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등을 더욱 더 단단히 하고, 회원서비스를 강화하는 기구로 거듭나면 4대 그룹도 자연스럽게 친화적이고 우호적 입장을 취하고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통합…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환골탈태

전경련은 경제·기업 연구기관인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해 조사연구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기업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수동적인 형태의 연구를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선제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정책개발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한다. 경제·산업·기업 등 분야별 국내외 연구자 등 전문가를 발굴해 네트워크를 대폭 강화하고 외주연구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국가별 경제협력위원회(경협위)를 더욱 활성화하고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글로벌 싱크탱크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도 확대해 미·중·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와의 이슈 대응과 시장개척에 나선다. 국가적 현안은 물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글로벌 이슈 발생 시 해외 전문가를 활용한 시의성 있는 초단기 과제 수행 등 글로벌 이슈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 국민소통기능 강화…시장경제 인식 제고 '앞장'

전경련은 정부와의 관계에 치중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경제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제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ESG경영, CSR, CSV, 임팩트 사업 등 기업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지원 확대와 주요 기업인들과 MZ세대와의 대화라 할 수 있는 '갓생한끼' 프로젝트(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식사) 등을 운영하고 젊은 세대 대상의 시장경제교육 등을 대폭 확대한다.

한편 김 직무대행은 자신의 임기에 대해 6개월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그는 "전경련과 관계는 회장 직무대행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될 것"이라며 "도움을 주고, 부분에 따라 주도하기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회장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전경련의 모습이 바뀌고, 뭔가 이뤄질 때 모셔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김 직무대행은 "개혁안들을 실행해 가면서 회장단을 접촉할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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