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 거부" 간호사 준법투쟁…의료현장 멈출까 '촉각'

대리처방·수술, 채혈, 초음파 등 처치·검사 지연 불가피

근로자 신분 간호사 단체행동 부담…신고센터 역할 주목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데 대해 준법투쟁으로 맞서기로 했다. 간호사 면허범위에 속한 업무만 하는 방식인데, 의료현장에서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간협이 밝힌 불법 진료행위는 대리처방과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등 병원 진료 및 검사를 총괄하는 업무다.

김영경 간협 회장은 17일 오전 협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준법투쟁 계획을 공개했다. 김 회장은 "임상병리사 등 다른 보건의료 직능의 면허업무에 대한 의사의 지시를 거부할 것"이라며 "간호사가 거부해야 할 의사의 불법적인 업무에 관한 리스트를 의료기관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부터 간호사가 대리처방, 대리수술,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에 관한 의사의 불법 지시를 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간호사 면허증 반납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 달간 전국 간호사 면허증을 모아 보건복지부에 반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허를 반납하는 날 간호사는 광화문에 집결해 허위사실로 부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한 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하고 파면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협의 단체행동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PA(진료보조·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행보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추정하는 PA 간호사는 약 1만명이다.

PA 간호사는 의사들이 근무를 서지 않는 시간에 대신해서 업무를 본다. 간호사 업무 범위를 넘어선 진료행위는 불법이지만,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료기관과 낮은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묵인 하에 유지 중인 제도다.

PA 간호사가 업무에서 손을 떼면 병원은 사실상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이는 규모가 작은 병의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일수록 간호사가 다양한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수술실에서 활동하는 PA 간호사는 필수의료에 한 축을 맡고 있어 이들이 준법투쟁에 나서면 수술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에서도 PA 간호사 93%가량이 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5일 발표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안)'을 통해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그중 PA 업무는 간호사들이 법적 처벌이라는 불안에 떨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 1명이 환자 5명을 간호하도록 정책적 지향점을 정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3교대 근무 방식 외에 △낮 또는 저녁 고정 근무 △낮 저녁 또는 낮과 야간, 저녁과 야간시간대에 번갈아 근무 △12시간씩 2교대 근무 등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법제화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간협도 정부의 대책에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병원 근로자 신분인 간호사들이 준법투쟁에 나서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간협은 협회 내 불법진료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준법투쟁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신고센터 역할에 달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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