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문짝도 없네'...신축 아파트 부실 공사 사례 속출, 왜?

보름 사이 5건 부실시공 의혹 불거져…미시공부터 붕괴·누수 피해에 인분 소동까지

 

#1. 경기도 양주 옥정신도시 한 신축 아파트에 입주 첫날인 지난달 말 이사하려던 A씨는 당황했다. 키를 받아 집을 들어가 보니 천장 에어컨과 거실·주방등 및 환기구 같은 전기구가 탈락돼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짐을 들여와 살아야 하는 집 벽에는 콘센트 커버조차 씌워져 있지 않았다. 이웃집도 싱크대 문짝이나 초인종이 없는 등 피해를 호소했다. A씨는 "설치 후 하자가 발생한 상황이라면 이해라도 해 보겠지만, 입주 날짜에 온전한 집을 인계해야 함에도 시공을 다 해 놓지 않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2. 대구 수성구 신축아파트에 작년 말 입주를 시작한 B씨는 지난 주말 아파트 곳곳에서 발생한 '예견된 물난리'에 분노했다. 가을 사전점검 때 준공 한 달여 남았다던 건물 외부에는 건설장비와 자재가 그대로 남아 있고, 내부는 도배 등 마감공사가 안 된 집부터 안방 벽이 부서진 집까지 있었다고 한다. 입주예정자 70% 동의로 일부 주민이 시위까지 하며 공사를 더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구청은 그대로 준공승인을 내버렸다. B씨는 "날짜를 꿰맞추고 공기에 쫓겨가며 승인하더니, 입주해도 미시공과 하자가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하자 발생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기준 보름 사이 신축아파트에서만 5건의 부실시공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서는 이달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에서 길이 20m·높이 1m 옹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서구 검단신도시에서는 입주예정인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슬래브(970㎡)가 붕괴했다. 전주 덕진구에서도 사전점검 당시 인분 발견·하자리스트 삭제 및 준공승인 강행 논란이 있었던 아파트에서 지난 주말 내린 비에 상가 누수 피해까지 이어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공동주택 하자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2015년 이후 줄곧 3000~4000건 대를 기록 중이다. 2020년 4245건에 이어 2021년 7686건까지 급증했던 신청 건수는 지난해 3027건으로 줄었지만, 피해 사례는 다양해지고 있다. 주요 하자 심사 사례를 보면 거실 보일러 온도조절기가 처음부터 설치되지 않은 미시공 사례나 드레스룸 천장 마감 단체 발생 같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눈에도 미흡한 마감이 지적되는 것이다.


아파트 건설은 통상 시행사의 발주를 받아 시공사가 진행하지만, 설계 후 실제 현장 공사 과정에서는 공사별로 외주업체와 하도급계약을 맺고 보수를 지급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게 관행이다. 이 과정에서 부실시공 시 책임 시비가 불거지기도 하는데, 잊힐 만하면 등장하는 인분 논란의 이면에도 하청업체로부터 재하도급 형태로 일감을 받아 공사를 진행한 영세업체가 제대로 된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을 때 항의하는 차원의 건설하도급분쟁이 숨어 있다. 이로 인한 부실 피해도 오롯이 소비자가 짊어지는 셈이다.


지자체의 준공승인 과정에서 미시공 문제를 잡아낼 순 없을까. 대구 수성구청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제기한 '무리한 준공승인 의혹'에 대해 "입주자 사전점검절차를 거쳤고, 아파트는 구청이 전 세대 마감 확인을 다 할 순 없으니 요건대로 별도 감리업체 의견을 받아 공사가 완료됐다는 증빙을 받아 준공 승인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펜트하우스 공사 미완에 대해선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는데, 결국 외주업체 감리 보고서에 의존해 전체를 살펴보진 못했다는 의미다.


◇'견제 장치' 지자체 준공승인은 감리업체 보고서 의존…정작 감리도 부실 문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실시공 원인을 다양하게 짚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부실 사례와 관련해 우선 "비용이 증가했고 공사기간에 맞추려 하거나 납품이 제때 돌아오지 않으면 수급이나 자재가 수월하게 공급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공된 주택에 대해 더욱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또 송 대표는 "건설업계가 공급하면서 분양 성과가 좋다보니 수요자에게 안일하게 대응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초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신축 아파트에서 각종 부실·미시공 사례와 함께 벽에 '그냥 사세요'란 낙서가 남겨져 불거진 논란을 꼬집은 것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부동산건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이나 안전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의 연구개발에 중점을 둬야 하고 건설과정에 감리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및 안전불감증 해소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장의 오랜 고질병인 '감리 부실' 문제에서 원인을 찾았다. 임 연구위원은 "아파트는 보통 시공사 자체준공률이 30%정도이고 나머진 하도급을 주는데 하청업체는 영세한 경우가 많다"면서 "감리가 제대로 작동해 준공 전 체크가 들어가야 되는데, 감리업체는 너무 영세하고 감리자 대우가 그리 좋지 않아 감리가 꼼꼼하게 이뤄지긴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높은 수준의 시공과 설계를 알고 구조도 이해할 수 있는 감리자가 올 수 있는 적절한 대우와 보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자체의 준공승인 결정에도 감리 보고서가 근거가 될 만큼 감리는 공사에서 중요한 요소인데, 비용 절감으로 대형 업체가 감리를 맡는 일은 거의 없다. 또 영세한 감리 업체는 대형 시공사의 현장을 감리할 때 규모 차이 등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 돼 감리사와 피감사 간 관계가 '사실은 완전히 법적 테두리 안에서만 볼 수는 없는 관계'라는 지적도 있다.


지적된 문제점 개선에 더불어, 송 대표는 후분양제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송 대표는 "선분양은 (건설 단계에서) 경제여건과 공급망 문제가 생기는 한계점도 있고 제일 좋은 건 완제품을 보고 구매하는 후분양 형태"라며 "후분양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수요자도 선분양 피해를 알면서 감수하는 측면도 있는데 사회적 인식이 바뀔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준공 전 하자는 준공 후 하자보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사전점검을 꼼꼼히 진행하고 강력하게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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