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음어는 총회장님'…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 간첩혐의 구속기소

<박광현 수원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이 1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5.1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수원지검, 보안법위반 혐의 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 구속기소

북과 해외 접선 위해 유튜브 댓글 활용… '지령·보고문 90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중 총책으로 볼 수 있는 A 조직쟁의국장의 경우 북한과 무려 20여년간 관계를 맺으며 간첩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는 10일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특수잠입, 탈출 등)의 혐의로 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구속기소된 인물은 조직국장 A씨(52),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48), 민노총 산하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C씨(54), 제주평화쉼터 대표 D씨(51)다.

이들은 민노총 중앙, 지역별 노조에 지하조직을 구축하고 북한 공작원과 해외접선, 비밀교신을 통해 간첩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빙자해 철저히 북한의 지령문에 따라 움직였다.

수사결과, 총책 A씨의 경우 북한공작원이 20여년 동안 따뜻한 동지로 혈육의 정을 맺었다고 말할 만큼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이 북한 공작원과 주고받은 '대북통신문 약정음어'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총회장님'으로 표기돼 있다. 북한 문화교류국은 '본사'로, 지하조직은 '지사' 등으로 불렸다.

검찰은 이들 주거지와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을 통해 역대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 최대 규모(총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을 찾아냈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사건의 경우 지령문이나 보고문으로 추정되는 암호화 파일을 확보해도 암호키가 없어 안 풀린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런데 이번엔 민노총 본부 A씨 사무실에서 암호해독키 등을 확보해 지령문 등을 해독함으로써 이번 수사의 객관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적들의 압수수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USB 등 암호자재를 폐기하고 소각하는데 특별히 신경쓰라는 지령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북한과 암호화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유튜브 특정 동영상의 댓글을 북한과의 연락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북한과 해외 접선을 위한 사전 소통을 유튜브 댓글 등으로 한 것이다.

22년 8월30일자 지령문에 따르면 소식을 받는 즉시 유튜브 동영상 댓글에 '토미홀'을 포함한 댓글을 올리면 출장을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준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령문에는 또 '9~10월이 불가능하다면 문자 '오르막길'을 포함한 글을 매달 18~20일에 올리다가 출장이 가능한 두 달 전에 '토미홀'로 해주길 바람'이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있었다.

박광현 수원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이 1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5.1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A씨 등은 다른 노조원들을 포섭하는데도 철저히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정해준 단계별 포섭 절차에는 '친교 관계 형성→사회 부조리에 대한 불만 촉발→사회주의 교양→비밀조직 참여 제안→적극적 투쟁 임무 부여' 등이 담겼다.

이들은 포섭할 노조원의 생년월일과 소속단체, 성향, 출신지를 미리 북한에 보고하고 일반 사교 관계에서부터 시작해 노조원의 가정방문까지 해 북한의 검열을 받았다. 이후 최종적으로 북한문화교류국의 승인을 받아 포섭을 완료했다.

북의 지령에 따라 A씨를 주축으로 민노총 내부 통신망 ID와 비밀번호를 제공하고 민노총 중앙집행위 선거에서 자주계열 후보가 당선되기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 민노총을 장악했다.

또 청와대, 검찰, 통일부 등 권력기관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인맥을 형성하고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마비를 위한 자료 입수 등을 확보하라는 지령도 받았다.

특수 정당에 대해서는 지지를 지시하고 반대 세력인 정당에 대해서는 와해를 하라는 지령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받은 지령을 수행, 대포폰에 보안이 철저한 휴대전화 메신저 '위챗'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결과를 주야간으로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국내에서 발생한 주요 현안사안과 사건을 실시간 보고했는데 지난해 10월 '이태원 사고'가 일어나자 북한 측으로부터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 등의 반정부 시위 구호가 적힌 지령을 받기도 했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 등 방첩당국은 지난 1~3월 A씨 등 일당에 대한 주거지 및 민노총 사무실,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주요 피의자 중 일부가 경기남부 지역 내 거주함에 따라 수원지검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A씨 등은 지난 3월27일 구속됐다. 지난 4월13일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이날 각각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진술거부를 일관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적법절차에 따라 압수수색을 벌여 암호화된 대북 통신문 등 주요 증거를 다량 확보하고 이들이 북한 문화교류국에서 받은 통신문건을 해독했다"며 "전국 곳곳에 산재한 군사관련 및 국가시설들의 보안태세를 신속히 점검해야 하는 엄중한 안보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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