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빈손은 아니겠지…' 日 기시다 이른 방한에 기대·우려 공존

 

강제동원 피해배상 관련 "성의 있는 호응" 여부가 관건
"'김대중-오부치 선언' 내용 언급 요구… 막판 조율 중"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다음주 우리나라를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일정상회담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오는 7~8일 이틀간 우리나라를 방문할 전망이다. 현재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 중인 기시다 총리 본인도 이날 수행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제반사정이 허락한다면 이달 7~8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방한이 성사될 경우 "(한일) 정상 간 깊은 신뢰관계를 배경으로 향후 한일관계 가속화,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총리가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하는 건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총리 이후 12년 만이다.

특히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올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이은 '답방'으로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이란 의미도 있다.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는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합의한 이후 지속되다 2011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끝으로 중단됐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3월 열린 윤 대통령과의 한일정상회담 때 "다음엔 내가 (한국에) 가겠다"며 답방 의사를 밝혔던 상황. 그러나 그동안엔 기시다 총리가 올 7~8월쯤에나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기시다 총리의 내주 방한 및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일 양측은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이란 기존 정상 간 공감대를 재확인하면서 △한일·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경제안보 협력 심화 △인력교류 활성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 정부 일각에선 올 3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이후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가 기시다 총리 방한을 계기로 제시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기시다 총리 방한을 통해 "반 이상 찬 물잔에 물이 계속 더 찰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앞서 3월6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일본 전범기업들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면서 "물컵에 비유하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일본 측의 자발적인 사과 및 배상 참여를 요구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일관계에 밝은 한 소식통은 한일 간 과거사 문제, 특히 강제동원 피해배상 참여 및 사과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여당의 '경직된' 태도에 아직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간 강제동원 피해배상 등의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이 우리 정부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2018년 10~11월 우리 대법원이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란 판결을 내렸을 때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우리 측에선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과 관련해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 내용만큼은 직접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며 일본 측과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한일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가기 위한 취지에서 채택한 것으로서 일본 측은 이 선언에서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했다.

기시다 총리는 3월 한일정상회담 당시 이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100년 전 일을 갖고 '무조건 안 된다' '(일본이)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사실이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됐지만, 오히려 사과 문제를 놓곤 더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소식통은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더 이상의 사과는 안 된다'는 요구가 큰 것으로 안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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