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檢, 정치기획 수사한다" 주장에…검찰 "부적절"

 

"녹취록 증거능력 없어지자 조작 위해 대거 압수수색"
"정치기획 수사 용납 못해"…檢 "증거·법리 따른 수사"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검찰 조사가 불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길 바란다"며 검찰 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검찰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10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귀국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날 소환하지 않고 (검찰이) 주변 사람만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신혼부부, 워킹맘, 20·30대 비서들을 압수수색 임의동행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런 일"이라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인생털이, 먼지털이식 별건수사로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인격살인하는 잔인한 검찰 수사 행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수사 시작 전 피의사실이 유출되고 전 언론에 공개돼 매일 추측성 기사가 남발하면서 한 사람 인생을 짓밟아 정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호소했다. 

송 전 대표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녹취록 유출자를 고소했기 때문에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부족해졌고 이에 따라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자신과 측근들의 주거지, 후원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이정근) 녹취파일을 변호사와 본인 입회 없이 임의로 분석해 언론기관에 유출했다면 심각한 범죄 행위이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라며 "2년 전 전당대회가 끝났고 제가 지금 정치도 안 하는데 소환해 정치기획 수사를 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해야 할 특수부가 야당 수사에 올인해서 되겠냐"며 "민심이반을 검찰 수사로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2023.5.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송 전 대표는 이 전 부총장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통화 녹취록에 자신이 직접 돈 봉투를 나눠준 정황이 있다는 주장에 "강 전 감사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가 기각됐고 검찰 조사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온 것으로 안다"며 "3만개가 넘는 녹취록의 일부 를 추출해 말하는 것인데 검찰과 법원에서 신빙성을 다투겠다"고 답했다.

돈 봉투 살포가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전당대회에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하고 저는 후보로서 30분 단위로 전국을 뛰어다녀 제가 모르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수사에 대응하고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먹고사는문제연구소의 회계 담당자와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것을 두고 입맞추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선 "이번 사건이 나기도 전이었으며 그 분은 단체 프랑스 여행을 하다 돌아가는 길에 저와 한 번 만났을 뿐"이라며 "그 분의 출국정보가 보도된 것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이 언론에 제공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 명백한 범죄에 해당해 관련자를 고소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먹고사는문제연구소의 PC 하드디스크가 최근 교체된 것에 대해선 "법정과 검찰에서 대응하겠다"며 "모든 것을 잡아다 별건 수사하고 없는 것도 만들어 수사하는 검찰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 기자회견에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검찰 수사를 너무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적법 절차에 따라 집행하고 법률에 따라 수사하는 검찰에 대해 수사 대상자가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구하고 사과하고 구속까지 해달라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인지 전혀 밝힌 바가 없이 앞뒤가 맞지 않은 주장만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으나 검찰이 출입을 허가하지 않아 조사가 불발됐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기자와 방호원, 지지자들과 반대파들 수십명이 모여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지지자들은 "송영길 파이팅" "김건희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쳤고 반대파들은 "정치쇼 하지마라" "고개 숙여라" 등 날선 발언을 이어갔다.

송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출입증 교부 데스크에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반부패수사2부를 방문하겠다고 했으나 출입 등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부패수사2부 사무실과 통화 연결도 되지 않으면서 조사가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으나 검찰이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발길을 돌리고 있다. 2023.5.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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