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못 본 한미 기준금리차 '1.75%p' 최대 역전 초읽기

환율 오를까…美연준 '인상 중단' 신호 땐 거꾸로 약달러

"최근 환율 상승, 국내 경기 탓…오히려 중국 상황 중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번 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p)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의 한미 금리 격차는 한국이 여지껏 가본 적 없는 길이다.


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연준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4일 새벽 3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정책금리 인상 폭을 발표한다.


연준이 시장의 기대처럼 정책금리를 5.00~5.25%로 0.25%p 올릴 경우 한미 기준금리는 상단을 기준으로 종전 최대 격차인 1.50%p를 넘어서게 된다.


지금껏 한미 기준금리는 1.50%p를 넘어서 역전된 적이 없었다. 사상 유례없이 급격한 금리 인상기를 거치는 와중에도 지난 2000년 5~10월의 1.50%p를 넘기지 않았다.


이번은 얘기가 다르다. 한은은 지난 2월에 이어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연준이 이달 정책금리를 인상한다면 역대 최대 역전 폭을 무조건 경신하는 상황이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 글로벌 최대 선진국인 미국보다 위험도가 높은 한국에 투자하려면 더한 금리를 요구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따라서 한미 금리 역전이 확대되면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과 함께 외국계 자금이 국내 시장을 이탈할 우려가 있다.


원화 안정 요인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나, 시장은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미국의 5월 정책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된 인상에 가깝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시적 변동성 확대 구간은 1주 정도는 되겠으나 결국 시장은 금리 인상에 끝이 왔다는 인식을 더 강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상하단을 확 여는 이슈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 인상 중단 신호를 내비칠 경우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잦아들며 글로벌 약달러 현상은 강해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과 함께 금리 인상 중단 시그널이 가시화한다면 달러 약세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원화-달러 간 비동조화 현상에도 금리 인상 중단에 따른 달러 약세 폭이 확대될 경우 이는 원화 강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것은 최근 환율 상승의 원인이 내외 금리차보다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체력)에 대한 우려'에 가깝기 때문도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환율 상승의 40%가량을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로 설명할 수 있다는 한은 내부 분석 결과가 지난달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앞으로의 환율 흐름을 올바르게 읽으려면 국내 경기 반등 속도를 결정할 주된 요인인 중국 경기와 미중 갈등의 향방을 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 연구원은 "이달 중국과 관련한 복합 리스크 완화 여부가 환율 흐름에 중요한 변수"라고 지목했다.


한은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역전 폭이 최대치를 경신해도 5월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 상단을 1350원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정도는 한은이 부담을 느낄 수준이 맞긴 하지만 오는 하반기 국내 경기가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라 반등한다는 한은 전망 경로에 따르면 높아진 환율은 추후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정도 환율은 지난해 말 1400원 선을 뚫었을 때와 달리 당국의 달러 매도 등 미세 조정이 통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달부터 환율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원화와 달러화의 동조 흐름이 재개될 것이라고 본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출은 2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입은 당분간 에너지 가격의 역(-)기저효과로 인해 감소 폭이 커질 전망이라 무역수지 적자 폭이 축소될 수 있다"면서 "현재 환율은 전망치 상단인 1350원에 근접해 있는데 추가 상승보다는 변동성 완화 이후 되돌림 가능성을 높게 본다. 당국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분기별 평균 환율은 2분기 1300원, 3분기 1280원, 4분기 1250원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우리 금융시장에선 좋지 않은 경기 속 환시 불안 탓에 한은이 금리를 높이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은은 금리 인상의 제1 근거인 물가마저 이달 3%대 둔화를 예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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