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 챌린지'에 '거지방'까지 등장…'빚더미'에 지갑 닫는 청년들

다중채무자 청년 빠르게 증가…주거비 대출에 고금리까지 겹쳐

"소득형성 기회 큰 청년층, 장기분할상환으로 퇴로 열어줘야"

 

"모든 지출을 보고할 것."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만난 익명의 사람들이 지출 내역을 공유하며 절약을 유도하는 일명 '거지방'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하루 지출 '0원'에 도전하는 '무지출챌린지'와 결이 비슷한데,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에 시름하며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2030 세태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거지방'은 서로의 지출 내역을 낱낱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채팅방 닉네임에 이달 지출 목표를 정해 놓고, 소비를 계획할 때마다 채팅방에 공유한다. 불필요한 소비라면 서로 간에 따끔한 충고가 오간다. 택시를 탔다거나, 계획 없는 소비를 샀다거나,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 한 잔도 '충고' 거리가 된다.


때로는 그 장면이 자조적이면서 익살스러워 온라인에서 '밈'(Meme)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활발히 활동 중인 '거지방'만 수십 개가 넘는다.


어려운 시기를 긍정적으로 이겨내려는 청년들의 세태를 반영했지만, 한창 구매욕구가 왕성한 2030세대의 '극단적 절약' 정신을 마냥 달갑게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년들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점차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허리'격인 30~50대가 정부의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자의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창 경제활동이 왕성할 연령대인 40대가 31.1%를 차지했고, 30대가 25%로 그 뒤를 이었다. 최고 연 15.9%에 달하는 고금리를 물고서라도 최대 100만원의 급전을 필요로 하는 청년층이 상당수라는 의미다.


금리부담이 장기화하면서 청년층의 채무 상황도 악화일로다. 한국은행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0대 이하 취약차주는 46만명으로, 전체 취약차주(126만명)의 36.5%를 기록했다. 청년 취약차주는 전체 취약차주가 1년간 6만명 증가할 동안, 4만명이나 늘었다.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면서 신용과 소득이 낮은 청년 취약차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층의 빚은 대부분 '주거비 부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총 대출 중 주거 관련 대출 비중은 약 85%에 달한다. 청년층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코로나19 기간 전월세보증금을 비롯한 주거비를 위해 부채를 빠르게 늘렸다. 이후 긴축 전환으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후폭풍을 견디고 있는 셈이다.


채무 상황 악화가 청년층의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거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청년층은 부동산이나 전월세보증금을 처분하기 쉽지 않거나 대출 규제로 추가 대출 여력도 한계가 있어 가용할 자산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지출 챌린지'와 '거지방'이 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채무 구조 개선을 통해 청년층이 고금리 장기화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층은 앞으로 소득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장기 분할 상환 대출로 당장의 숨 쉴 틈을 제공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한계상황에 직면한 청년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며 "근로기간이 길게 남은 청년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간에 걸쳐 채무를 상환할 수 있게함으로써 '돌려막기' 등으로 채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