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홀대하다 中에 내준 LFP의 반격…K-배터리 "아뿔싸"

'2030년 美 전기차 수요 40%가 LFP' 전망…국내 업계 부랴부랴 개발 돌입

中, LFP 공급망 수직계열화로 '가격경쟁력'…KIEP "경쟁 쉽지 않을 것"

 

최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홀대 받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세계적인 대세 제품으로 떠오르면서 K-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완성차 기업의 대대적인 전동화 전략에 따라 몇년 안에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 점유율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자 부랴부랴 LFP 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3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LFP 배터리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 점유율은 31%에 달했다. 2020년 점유율은 11%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3배 가량 성장한 것이다.


물론 LFP 배터리 물량 대부분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완성차 기업들의 LFP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내년에 LFP 시장 점유율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 점유율을 뛰어넘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IEP는 블룸버그NEF를 인용해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수요의 40%를 LFP 배터리가 장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국내외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보급을 위해 LFP 배터리를 탑재한 보급형 모델 출시를 공식화한 상태다.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출시 예정인 이른바 '반값 전기차'(모델2)에도 LFP 배터리가 탑재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LFP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으로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삼원계 배터리보다 뒤처진 기술로 평가됐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 성능을 개선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주력해 온 이유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LFP 에너지 밀도를 대폭 개선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적용, 더 많은 배터리 셀을 탑재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있으며, 중국 CATL은 삼원계와 LMFP(리튬·망간·인산철)를 혼합해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를 늘린 M3P 양산을 앞두고 있다.


시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국내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속속 LFP 배터리 개발에 돌입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은 오는 2025년부터 LFP 배터리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그간 LFP 배터리 양산 여부를 밝히지 않은 삼성SDI(006400)도 최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을 공식화했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중장기 사업 성장을 위해 볼륨(보급형) 시장과 전력용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타깃으로 LFP 등 코발트 프리 콘셉트의 볼륨 세그먼트 플랫폼을 준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양산을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LFP 양극재 개발에 착수했다.


LG화학(051910)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LFP 양극재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003670)도 LFP 양극재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삼성SDI 등과 함께 정부가 지원하는 'LFP 전지 개발 사업'에 참여해 2025년 양산을 목표로 LFP 양극재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LFP 양극재는 삼성SDI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LFP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을 따라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은 LFP 배터리 광물과 소재·부품, 셀·팩, 전기차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 우리 기업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LFP 양극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인산철 전구체에 들어가는 인광석은 중국이 글로벌 생산량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LFP 양극재의 핵심 광물인 탄산 리튬도 내수 수요량의 70% 이상을 자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KIEP는 "업스트림 단위에서부터 수직계열화를 이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와 이제 막 LFP 배터리 사업에 착수한 우리 기업의 경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우리 기업이 LFP 배터리 생산을 위한 원자재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려면 중국 기업과의 경합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LFP 배터리 기술력 또한 중국이 앞서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LFP 배터리는 관심 밖 제품이었다"며 "LFP 배터리 기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안이하게 생각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연차량과 LFP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볼 수밖에 없고, 시장 판도가 바뀐 것"이라며 "국내 업계가 LFP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당장 중국 기업을 따라잡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LG화학은 아웃소싱 방식으로 LFP 양극재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개발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LFP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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