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건 이해하지만…'사적 제재' 잘못하면 명예훼손 처벌받는다

 

전세사기·학폭에 '나쁜 집주인' 등 '사적 제재'
"법적 처벌 가능성…선의 피해자 발생할 수도"

 

전세사기, 학교폭력 등의 가해자를 공권력이나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적으로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29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나쁜 임대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 조합으로 주소를 만든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에는 집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 명단이 올라와 있다. 12년 동안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표예림씨의 가해자 근황은 유튜브 채널 '표예림 동창생'에 공개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데다 자칫 신상을 공개한 사람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나쁜 집주인' '배드파더스' '디지털교도소'

최근 집주인의 전세사기 논란이 일자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나쁜 집주인'이 만들어졌다. '나쁜 집주인'에는 집주인으로 추정 인물의 명단이 게시돼 있으며 성별, 생년월일, 주소지, 사진 등의 정보가 있다. 

'표예림 동창생'에는 학창시절 표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가해자들의 신상이 들어있다. 표씨는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학폭에 시달린 사연을 공개했으나 방송 이후 가해자들이 도리어 표씨를 공격하자 유튜브에 가해자 이름 등이 공개됐다.

양육비 미지급 아버지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 '디지털교도소' 등은 이미 수년 전 만들어졌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적 제재 현상의 이유로 우선 너무 약한 처벌 수위가 거론된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인 손정우가 고작 징역 2년을 받았듯 지나치게 낮은 법적 처벌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신상 공개에 나서게 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약한 공적 구제 조치도 이유로 언급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구제책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이들의 기대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윤우 변호사는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지 꽤 됐지만 법적 처벌이 안되는데다 구제 법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변 소속 김남근 변호사도 "정부와 국회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 하면 신상공개 등 사적 제재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bad-landlords.com 홈페이지 갈무리)

◇ 전문가 '사적 제재' 우려…"선의의 피해자 발생할 수도"

전문가들은 그러나 가해자 신상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사기 문제를 제기해온 김남근 변호사는 "현대 국가는 '국가의 사법적 판단'을 통해 공적 구제를 한다"며 "개인이 사적 제재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피해자의 마음을 공감한다"면서도 "사적 신상공개는 사실적시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무엇보다 "잘못된 정보를 공개하면 도리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윤우 서울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공익 목적이 가미되면 처벌을 안 받을 수 있다"면서도 "드라마 '더글로리'처럼 수위 높은 사적 제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실제 법원도 사적 제재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못하고 있다.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씨는 2020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공익 취지를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2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구씨 처벌 여부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자 대법원은 1년 넘게 판단을 미루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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