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잘 모셔라" 당부, 오를 종목 추천도…속속 드러나는 '친밀' 관계

[주가조작 사태] 라덕연 대표, 의혹 부인 "돈 번 사람이 배후"
골프아카데미 24일 갑자기 문닫아…회원들 환불요청 쇄도

 

 "라 대표 어머니가 골프를 배우고 싶어하신다. 잘 모셔야 한다"


강남구 신사동 소재 골프 아카데미에서 근무했던 직원 B씨의 증언이다. 이 아카데미는 'SG증권(소시에테제네랄)발 주가폭락 사태'의 공범으로 의심받는 프로 골퍼 A씨가 소유한 곳이다. 

주범으로 의심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와 A씨가 매우 친밀한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심지어 라 대표는 이곳 소속 레슨 프로들의 회식 자리에 와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2020년쯤부터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와 연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B씨는 "2개월 전 라 대표가 직원들 회식 자리에 와서 앞으로 맛있는 것 많이 사줄테니 열심히 하라며 비용을 냈다"며 "그날 처음 라 대표를 봤다"고 말했다.

해당 골프 아카데미는 주가조작 일당들이 투자자를 모집하고 수수료를 떼가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수수료 편취 창구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B씨는 "A씨가 라 대표와 자주 만났을 것 같다"며 "어느날 A씨가 갑자기 우리 회사가 잘 될 것이다"며 자랑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한달에 한두번 골프 아카데미에 왔는데 오를 것이라며 주식 종목을 추천해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28일 '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한 실내골프연습장의 모습. 2023.4.2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이날 오전 뉴스1이 방문한 골프 아카데미는 불이 꺼진채 적막감이 흘렀다. 급하게 자리를 떠난듯 로비에 위치한 테이블에는 마시던 커피들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방에는 골프채와 골프공들도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B씨는 "24일에 출근했는데 A씨가 갑자기 문을 닫는다고 단체 연락이 왔다"며 "갑자기 직장을 잃어서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가 조작 세력들이 주가를 조작해 온 정황을 금융당국이 포착해 조사에 들어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날이었다.

B씨는 "갑자기 업체가 문을 닫아서 회원들이 환불 요청을 하고 있는데 환불하려면 A씨에게 돈을 받아야 되는데 난처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A씨와 라 대표의 관계를 언급한 것은 B씨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사건 주범 혐의를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등장한 이후 보증금·연회비가 급등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처음 입점 당시만 해도 이 업체의 레슨 1회 가격이 10만원대였으나 이후 가격이 껑충 뛰어오르고 부유층들이 회원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업체 사정을 잘 아는 C씨는 "A씨가 라 대표가 중요한 분이니 잘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며 "업체가 처음 입점했을 당시인 2020년 5월만 해도 한 번 레슨하면 가격이 10만원으로 그렇게 비싸지 않았지만 그해 가을 라 대표가 업체 등록한 후 가격이 엄청 비싸졌다"고 주장했다.

골프 아카데미의 무기명 평생회원권 보증금과 연회비는 6억원, 1200만원에 달했다. 무기명 회원권이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을 의미한다.

이어 "라 대표는 처음엔 자주 찾아왔으나 이듬해부터 이곳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라 대표는 지난해 5월30일 A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골프업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A씨는 주변인들에게 '나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작전에 당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의견을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덕연 대표(유튜브 채널)

한편 이번 사건 '윗선'이자 '배후'로 의심받는 라 대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KBS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죄를 인정하고 (죗값을) 달게 받겠다"면서도 "나 역시 4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돈을 번 사람이 배후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라 대표는 또 "이번 하락으로 인해서 수익이 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면서 "오르기만 하던 8개 종목이 갑자기 하한가로 돌아선 배후세력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폭락 사태 피해자 수는 약 1000명이며, 미수금을 포함한 피해 금액은 최대 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투자금을 모은 투자컨설팅업체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사무실과 사건 관계자 명의의 업체 등을 압수수색헀다.

사건을 함께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금융위 조사 마무리 후 사건을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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