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모집·투자자관리 '철저한 분업'…3년에 걸쳐 진행된 주가조작 전모

[주가조작 사태]통정거래·다단계 방식 활용…골프아카데미 '거점'

라덕연 "돈 번 사람이 배후" 의혹 부인…다우키움그룹 배후로 지목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조작사태가 다단계·통정거래 등이 동원된 조직적 범행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 모집과 관리, 주가조작이 철저히 분업화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기존 주가조작과는 새로운 형태여서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와 금융감독원 수사·조사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한 만큼 앞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경찰은 지난 27일 주가 조작 의혹을 받는 H투자컨설팅업체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발견한 휴대전화 200여대 등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같은날 업체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과 관계자들 명의로 된 업체, 주거지 등 10여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해당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하고 사건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주가조작 일당 10명을 출국 금지했다.

◇ 주가 조작 3년간 이뤄졌는데 왜 포착 안됐나

29일 금융·수사 당국에 따르면 주가 조작 의심 세력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정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통정거래'를 통해 장기간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투자자를 유치한 기존 회원에게 수익 일부를 떼어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모으고, 투자자들 명의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주식을 사고팔았다는 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이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를 주도한 인물은 H업체 라덕연 대표 등 최소 6명으로 각각 VIP회원 관리부터 스케줄, 법인 자금관리 등을 담당했다. 특히 라 대표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프로골퍼 A씨는 골프레슨을 명목으로 연예인과 부동산 큰손을 투자자로 모집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 "자녀에게 증여하기에 좋다"며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수수료는 계좌 이체가 아닌 골프 레슨비 등의 방식으로 받아 갔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3년에 걸쳐 거래량이 적은 주식들을 최대 1%씩 사고팔아 시세를 조정하는 수법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했다. 유통주식비율이 50% 이하고, 신용융자를 통한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들이 타깃이 됐다.

이번 주가 조작사태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4일이다. 외국계 증권사 SG증권 창구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8개 종목이 장 초반부터 하한가로 직행했다. 나흘째까지도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선광은 하한가로 직행했다가 지난 28일이 돼서야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번 폭락 사태 피해자 수는 약 1000명으로 추정된다. 미수금을 포함한 피해 금액은 최대 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선 SG증권과 계약을 맺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진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CFD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익을 추구하는 총수익스와프 방식의 장외 파생상품이다. 최소 증거금률 40%로 2.5배의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다. 증거금이 1억원이라면 2억5000억원어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최근 금융당국이 주가 조작을 의심하고 조사를 시작하자 대규모 주식 처분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8개 종목의 주가 폭락 사태가 주가 조작 의혹으로 번지며 금융당국과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28일 '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한 실내골프연습장의 모습. 2023.4.2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윗선 나올까…주범 의심 라 대표 "배후 따로 있어"

주가 조작 혐의를 받는 세력 외에 배후가 있을지도 관심사다. 라 대표는 지난 28일 KBS 인터뷰에서 "이익을 본 세력과 배후는 따로 있다"며 자신을 향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라 대표는 "죄를 인정하고 (죗값을) 달게 받겠다"면서도 "나 역시 4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돈을 번 사람이 배후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라 대표는 "키움증권발 반대매매가 나오기 전에, 그 전주 목요일에 대량의 블록딜(시간 외 매매)이 있었다"며 "약 600억원 정도의 물량을 다우데이타 회장님이 파셨다"고 했다.

김 회장은 폭락사태 2거래일 전인 지난 20일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을 처분해 논란이 됐다. 김 회장은 블록딜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다만, 김 회장 측은 해당 블록딜이 증여세 절세 등을 위한 매도였다고 해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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