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사이 부모와 형제 4명이 차례로 죽었다…참극의 그날 왜?

28일 오전 2시50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A씨가 모는 승용차가 형 B씨에게 돌진하고 있는 모습.2023.4.28/뉴스1

40대 남성, 전날 낮 아버지와 의붓어머니 살해

이후 친형 살해한 뒤 저수지서 극단적 선택


13시간 동안 가족 3명을 차례로 살해한 용의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그 동기를 찾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8일 오전 2시55분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초등학교.

어두컴컴한 운동장 한가운데 한 남성이 홀로 서있었다. 곧이어 멈춰 서있던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빠르게 가까워지더니 순식간에 서있던 남성을 덮쳤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차에 치여 넘어진 남성의 급소를 흉기로 찔렀다. 다시 차에 올라탄 운전자는 빠르게 교문을 빠져나갔다.

피를 흘린 채 쓰러진 남성은 홀로 남겨졌고, 사건 3시간여만인 오전 5시50분께 한 시민에게 숨진 채로 목격됐다.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조사에 나섰다.

이 남성을 잔혹하게 죽인 운전자는 다름아닌 그의 남동생 A씨(43)였다.

경찰은 A씨가 타고 간 그랜저 승용차를 추적한 끝에 10여㎞ 떨어진 아중저수지에서 익사한 A씨를 발견했다.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A씨가 형을 죽인 직후 저수지로 차를 몰고 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형제의 죽음은 이 비극의 절반에 불과했다는 것이 곧바로 밝혀졌다. 형이 죽은 초등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A씨 부친의 집에서 시신 2구가 더 발견된 것이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 가족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 집을 찾았다가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강제로 문을 개방했다.

이 집 거실에는 A씨 아버지(73)와 의붓어머니(58)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사후 경직도 등으로 미뤄볼 때 이미 사망한 지 어느정도 시간이 경과한 시신이었다.

'전주 일가족 살인사건'의 용의자 A씨(43)가 지난 27일 오후 2시34분께 범행을 마치고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CCTV에 담겼다. A씨의 오른손 검지에 상처가 보인다.2023.4.28/뉴스1


경찰은 A씨가 전날 오후 2시20분께 집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모습을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했다. 15분여만에 집에서 나온 A씨의 오른손 검지에는 흉기에 베인 듯한 상처가 보였다.

A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하지만 경찰은 최선을 다해 사건의 전말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무직인 A씨가 평소 형과의 다툼이 잦았다는 주변인 증언이 나온만큼 가정 불화로 인한 범죄라는 추정이 나온다.

경찰은 A씨의 1·2차 범행이 13시간 사이에 이뤄진 만큼 계획적인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1차 범행에 앞서 미리 회칼을 준비한 것도 이에 대한 근거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와 이들 형제가 평소 폭행 관련 전과가 많이 있었던만큼 우발적인 범행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A씨가 10여년전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후 폭력성이 두드러지며 가족 간 싸움이 잦았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은 "그 집 아저씨(아버지)도 워낙에 성격이 센 사람이라 다들 주차 시비라도 걸릴까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숨진 네 사람의 시신을 모두 부검할 예정이다. 또 확보한 휴대전화와 통장 거래 내역 등을 통해 금전 관계나, 갈등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는 피의자만 알 수 있는건데 현재로서는 일가족이 모두 숨져 진술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범행에 이르게 된 배경에 대해 최대한 상세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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