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조" 확 늘어난 빚투…신용공여 중단사태 재현되나

한국투자, 신용융자 신규매수·예탁증권담보 신규대출 일시중단

주요 증권사 "한도 관리 위해 모니터링 돌입"

 

올해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들은 급증하는 빚투를 막기 위해 신용융자 신규 매수를 막는 등 조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매수와 주식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 예탁증권담보 신규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사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업무가 일시 중단됐다"며 별도 공지시까지 영업점 창구와 온라인 모든 매체에서 중단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공지했다. 다만 고객이 보유 중인 융자 및 대출 잔고에 한해 요건 충족 시 만기연장은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조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법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신용공여를 할 경우 신용공여의 총 합계액이 자기자본을 초과해선 안 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괜찮다보니 거래대금도 늘고, 신용거래도 많이 늘었다"라며 "공여한도가 차기 전에 관리차원에서 일시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증권사들은 신용융자가 늘어나면 관리에 나선다. 지난 2021년에도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등이 신용융자나 증권담보융자 등을 중단했다. 당시 신용융자 잔고는 21조원대였다. 신용융자 잔고는 이후 증가하며 2021년 9월 25조원대까지 올랐다. 지난해 6월까지도 잔고는 20조원대를 유지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1월11일 15조원대까지 내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에 따라 시작된 긴축 장기화로 증시가 하락하자 빚투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올해 1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 투자심리 개선요인이 반영되면서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에코프로 3형제를 비롯한 2차전지 종목 주가의 급등에 따라 빚투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스피 시장보다 작은 규모의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이 지난달 역전했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기준금리 인하도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시가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빚투는 줄지 않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9일 지난해 6월20일(20조300억원) 이후 처음으로 20조를 넘어섰고, 20일에도 20조2863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키움증권도 빚투 관리에 나섰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대용 비율 조정에 들어갔다. 보증금률에 따라 40~55%였던 대용비율은 30~45%로, 현금비율은 5%에서 15%로 올렸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신용공여 한도가 차지 않게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중 조정에 나선 것"이라며 "신용융자 등을 중단하면 고객들이 필요할 때 적시에 사용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빚투가 늘어나면서 다른 증권사들의 신용융자도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신용융자 중단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대처방안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측은 모두 "신용공여 한도에 아직 여유가 있고, 신용융자를 닫을 계획은 없다"며 "평소 한도 관리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B증권 관계자도 "최근 개인고객들의 투자가 활성화되며 업계 전반적으로 신용공여 수준이 높아져 한도 관리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며 "KB증권은 신용공여 한도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해 중단에 따른 고객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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