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 쓰고 사형 집행 故오경무씨…56년 만에 재심 열린다

내달 8일 첫 재판…친동생 20년 재심서 '무죄' 받아

 

북한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집행당한 故오경무씨의 재심이 56년 만에 열린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지난 17일 경무씨와 그의 여동생이 함께 신청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내달 8일 재심 첫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짓던 오경대씨(경무씨의 남동생)는 1966년 6월 "일본에서 무역업을 가르쳐 주겠다"는 이복형의 말에 속아 배에 올라탔다 납북됐다.

경대씨는 이복형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이복형은 다시 제주로 내려와 경무씨를 데려갔다.

북한에서 사상교육을 받고 풀려난 경무씨는 월북 사실을 스스로 중앙정보부에 알렸는데, 당시 수사관들은 오씨 형제들을 모두 체포했다.

법원은 1967년 4월 경대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경무씨는 반공법상 금품수수, 특수목적 잠입·탈출, 국가보안법상 군사목적수행 간첩미수 등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

여동생 오모씨는 반공법상 편의제공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재판부에 제출한 재심청구서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폭행·고문 정황이 드러나 있다.

경무씨는 1968년 직접 작성한 상고이유서에 "자신의 진술은 사실을 인정해야 재판에서 동정을 받는다는 수사관의 충고에 따른 것"이라며 "강물에 밀려가는 생명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살려는 욕망에서 순응했다"고 적었다.

경대씨는 1967년 직접 작성한 탄원서에서 "모진 고문으로 임시 살겠다는 희망 때문에 이야기하는 대로 진술서를 쓰게 하고 그 진술서로 조서를 꾸몄다"며 "정말 빨갱이 아닌 빨갱이가 되어 죽음만 같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미 경대씨는 불법체포·불법감금 상태에서 폭행·고문당한 사실을 인정받으면서 지난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오씨 남매 변호를 맡은 서창효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경대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처럼 형제들 역시 재심사유가 명백히 인정되는 사건"이라며 "사형이 집행돼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경무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심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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