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15배↑ 마약압수량 5배↑…'태교여행'중 대마 '마약 한국' 현주소

 

[일상 중독]②아이 보는데서 대마 재배 '사라진 경각심·죄의식'
다른 범죄 수단되기도…의료용 마약류 일상 침투 '저연령화'뚜렷

 

'마약 사범 1985년 1190명→2022년 1만8395명'
'마약 압수량 2018년 414.6㎏→2022년 804.5㎏'

통계로 본 국내 마약의 현주소다. 마약 사범 숫자는 지난 30년간 15배가 넘게 늘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약 압수량은 불과 5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 들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마약 압수량도 올해 1톤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 심각한 것은 마약 사범의 연령층이 어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마약 사범 중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이르고 있다. 특히 10대 마약 사범은 지난해 481명으로 2017년 119명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다. 

◇역대 최악 수준…단순투약보다 밀수사범 증가세 가팔라

1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마약사범은 2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64명)보다 32.4% 증가했다. 역대 최다 수준이다.

지난해 1년간 붙잡힌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2021년(1만6153명) 대비 13.9%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 과거를 기준으로 삼으면 심각성은 더 확연히 드러난다. 1985년 1190명에 그치던 마약사범 숫자는 1990년 4222명, 2000년 7066명, 2010년 9732명 등 꾸준히 늘었다.

최근에는 재벌가 3세, 고위공직자 자녀, 연예기획사 대표 등 십수명이 마약 범죄에 연루된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그 과정에서 임신 중인 아내와 '태교여행' 중 대마를 흡연한 사례, 어린 자녀와 함께 사는 집안에서 대마를 재배하다 적발된 사례 등 마약류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죄의식이 희박해진 실태가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필로폰을 탄 커피를 피해자에게 몰래 먹여 내기 골프로 돈을 가로챈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고,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는 필로폰 과다투약으로 2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마약사범 중에서는 단순 투약 사범보다 공급사범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마약 밀수‧밀매‧밀조 등 공급사범은 지난해 4890명으로 전년(4045명) 대비 20.9%, 그중 밀수사범은 1392명으로 전년(807명) 대비 72.5% 증가했다.

마약 압수량도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1~2월 마약 압수량은 176.9㎏으로 전년 동기(112.4㎏) 대비 57.4% 늘었다. 지난해(804.5㎏)와 5년 전인 2018년(414.6㎏)을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마약 압수량이 1톤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유통 마약류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밀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마약류 압수량 총 804.5㎏ 중 외국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된 마약류는 561.1㎏으로 전체 마약류의 70%를 차지했다. 나라별로는 라오스(113.8㎏·20.3%)가 가장 많았고 태국 110.1㎏(19.6%), 미국 98.7㎏(17.6%), 중국 91.4㎏(16.3%)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마 전문 재배·생산시설이 공개됐다. © News1 장수영 기자


◇의료용 마약류 확산세 거세…SNS광고·암거래 다수 확인

국제 마약조직이나 외국인을 통한 해외 마약류의 국내 유입 증가와 함께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유통이 마약범죄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필로폰‧코카인‧헤로인 같은 전통적인 마약류 유통·투약도 여전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거부감이 적은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의 확산세도 거세다.

특히 10~20대 중심으로 속칭 '나비약'으로 불리는 비만치료제 디에타민과 펜타닐 등이 크게 유행하면서 SNS 광고나 암거래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펜타닐은 헤로인 100배의 진통 효과가 있는 말기 암 환자용 진통제다. 지난해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10만7622명 중 약 67%가 펜타닐로 사망했다. 18~49세 미국인의 사망원인 1위가 펜타닐 중독이다.

한국에서도 10대 후반에 펜타닐에 중독된 대학생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펜타닐을 처방받아 복용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밀매상으로부터 펜타닐을 수십회 매수해 투약하고, 일부를 다른 친구들에게 재판매한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서울 강남구 한티역 인근 도로에 마약 음료 주의 문구와 마약 신고 번호가 담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10대 청소년, 호기심에 손댔다 중독·유통까지

의료용 마약류 확산과 더불어 마약 범죄가 점점 어려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들도 SNS, 해외직구 등으로 손쉽게 마약에 접근하면서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2012년 38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12배 넘게 급증했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율은 2017년 15.8%에서 2022년 34.2%로 불과 5년 만에 2.4배 증가했다.

청소년기 마약 오남용은 뇌 발달 저해, 의존성 심화, 주요 우울장애 유발 등의 폐해가 성인보다 더 심각하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호기심에 온라인으로 마약을 손쉽게 접한 10대 청소년들이 단순 투약을 넘어, 마약에 중독되거나 마약 유통까지 가담한 사례가 적지 않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류를 보관하며 총책의 지시에 따라 소분·포장해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한 10대 4명 등 5명이 최근 덜미가 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반대로 연예기획사 팀장이 10대 걸그룹 지망생에게 대마를 흡연하게 한 사례,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이 든 음료를 시음케 한 사례 등 강제로 마약류에 노출된 청소년들도 발생하고 있다.

전체 마약사범 중에서 30대 이하가 59.7%를 차지하며 젊은 층에서 마약류의 확산세가 매우 심각하다.

미국은 DEA(마약단속국), HSI(국토안보부), 연방·주 검찰, FBI, 주경찰 등 복수기관이 집중적으로 마약수사를 하지만 적기에 마약확산을 막지 못해 마약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급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한국 사회에서도 마약 확산세에 가속도가 붙어 정부와 사회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릴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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