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메모리 감산, 인텔처럼 안주하려는 것…이병철 정신 되찾아야"
- 23-04-15
영국 이코노미스트 분석 "정상의 자리 안락해 경쟁사 점유율 안 뺏고 싶은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텔과 같은 안주를 경계해야 한다며 고 이병철 회장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간) '삼성은 인텔 같은 안주를 경계해야 한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자리에 너무 안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결정하자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주가도 같이 오른 점을 짚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아주 오랫동안 굳건한 선두를 지켜 왔다. 반도체 업계 산업 분석가인 맬컴 펜은 삼성전자와 관련해 "주기적인 시장 침체를 겪으면서도 항상 최후의 승자였다"고 평하기도 했다.
현재 이 시장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만이 주요 업체로 남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3강 구도에서 삼성전자가 정상의 자리가 너무 안락한 나머지 경쟁사로부터 더는 점유율을 빼앗고 싶지 않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시장의 안정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삼성전자가 자만심에 빠질 수 있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풀이했다.
지난해 11월 투자자 설명회에서도 삼성전자는 안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이 매체의 지적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가져오려고 하기보다는 전체 D램 시장의 성장세의 편승하는 데 만족하려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가 안주하려는 모습이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문사 뉴스트리트리서치의 피에르 페라구는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 제조 기술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혁신 우위를 일부 잃었다면서 "더 이상 목숨 걸고 싸우지 않으면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고 쓴소리했다.
이 매체는 인텔이 지난 2010년대 후반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에 밀리기 시작했을 때 그 비슷한 분위기가 인텔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도 인텔과 비슷한 이유로 순조롭게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비판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이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16%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 능력에서 삼성전자는 TSMC와 동등한 수준이고 반도체 설계에서는 더 앞섰다는 분석이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고착화되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이 시장의 58%를 차지하는 TSMC와 경쟁하려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모델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면서 위탁생산도 함께하는 구조는 고객사와 이해가 상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업계 경쟁자인 애플 등을 겁먹게 할 수도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가 인텔이 그랬던 것처럼 메모리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지만 고 이병철 회장 때의 초심을 되찾는게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매체는 이 회장이 1983년 '도쿄 선언'으로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할 때 한국에 원자재는 부족할지 몰라도 교육받고 부지런한 인력이 있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면의 이병철 회장을 재발견하지 않으면 국가적 챔피언이라는 자부심에 굴복할 위험이 있다"며 인텔을 반면교사를 삼으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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