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까지 손뻗은 피싱 수법, 범죄 '융합화' 뚜렷…수사체계 이대로 괜찮나

 

"단순 사기서 범행 가담 후 협박…기존 보이스피싱과 달라"
일상으로 파고든 마약, 지능범죄에도 활용돼

 

최근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이 우리 사회에 여러 화두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우려를 나타내면서 검찰과 경찰은 특별수사본부 인원을 10배 늘리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히 사기를 기반으로 했던 보이스피싱이 마약 범죄와 융합했다는 점에서 수사 당국 역시 긴장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몰래 마약을 먹이는 소위 '퐁당 마약' 수법과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다양한 범죄 수단들이 함께 활용돼 '범죄수법의 융합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마약뿐만이 아니다. 최근 발생하는 다양한 지능범죄들은 대포폰을 비롯해 다양한 범죄 요소와 수법을 공유하며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수사기관과 당국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마약 음료.(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해외 상선·피싱조직 가담자·번호변작 통신책…속속 드러나는 '피싱' 요소

1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 고등학생에게 시음 행사를 열고 마약 성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범죄 조직은 △범죄를 기획하고 지시한 중국 '윗선' △윗선의 지시에 따라 마약을 구매해 마약 음료를 제조한 '제조책' △지시에 따라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나눠준 '전달책'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010 번호로 변작한 '통신책' 등 점조직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대포폰과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하며 신상을 감추고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해외에 있는 윗선의 전화 번호를 국내 번호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중계기를 이용해 번호변작도 했다. 전달책과 제조책 중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서 대면형 보이스피싱 수거책 등으로 활동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피해 학생들의 부모한테 전화를 걸어 협박과 함께 돈을 요구하는 등 피싱 범죄 수단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돈을 노리는 보이스피싱에 마약까지 이용된 상황을 두고 이번 사건을 '변종 보이스피싱'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 퍼진 '마약 음료' 사건 관련 제조 및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남성 길모씨(왼쪽)와 번호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남성 김모씨가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4.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지능범죄·강력범죄 융합 추세…종합적 대응기구 필요"

경찰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피싱 범죄의 요소들이 사용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피싱 범죄의 일종으로 보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간의 인식이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단순히 서민 대상 경제 범죄라고 보는 시선이 많은데, 이 사건은 '테러'에 가까운 범죄로 봐야한다"며 "그동안의 피싱 범죄는 (사칭이나 협박같은) 전단의 범죄가 다 거짓말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있지만 이건 실제로 마약을 먹여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훈 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계장은 "최근 지능범죄들이 비대면 온라인, 대포물건 사용, 초국경 형태를 띠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피싱뿐 아니라 돈을 노린 온라인 성착취나 가상자산 사기 같은 다양한 지능범죄에서 경찰의 수사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동원되는 것은 이미 일반적이라는 이야기다.

유 계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마약이 이렇게 일상에 파고들어 범죄 조직들이 범행 수단으로 쉽게 이용할만큼 유통됐다는 점"이라며 "강력범죄와 지능범죄가 융합하는 상황에 주목하고 종합적인 대응 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마약범죄 대응 유관기관 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검찰청·경찰청·관세청·교육부·식품의약품안전처·서울시는 이날 마약 범죄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마약 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마약 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 2023.4.1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마약음료 사건, 마수대·금수대 동시 투입…마약 특수본도 출범

현재 이번 사건을 관할하는 서울경찰청도 이번 사건을 광역수사대로 이관하고, 마약 사건을 담당하는 마약범죄수사대뿐만 아니라 지능범죄를 담당하는 금융범죄수사대까지 투입했다. 

경찰뿐만이 아니다. 정부에서도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검찰과 경찰, 관세청,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서울시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규모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지난 10일 출범시켰다.

특수본은 검찰 377명, 경찰 371명, 관세청 92명 등 총 840명의 규모로 구성됐다. 특수본은 향후 수사행정역량을 동원해 마약범죄가 가시적으로 줄어들 때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승 연구위원은 "아이들까지도 마약에 노출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범죄수익 환수나 마약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국가정보원이나 관세청까지도 특수본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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